좋은 재료에 이귀태 주방장의 기본기 탄탄한 요리솜씨가 더해진다. ‘크림 시금치’(6000원)처럼, 단순하지만 제맛 내기 쉽지 않은 사이드메뉴에서 알 수 있다. 이 주방장의 기량은 ‘그릴(grill)’ 즉 굽는 요리에서 도드라진다. ‘더티 스테이크’(4만7000원)는 벌겋게 달궈진 숯 덩어리에 올려 태우듯 굽는다. 숯향 그윽한 표면을 나이프로 자르면 붉은 선홍색 속살이 드러난다. 너무 익지 않아 부드러우면서도 열기를 충분히 받아 맛 성분이 활성화된 상태. 스테이크류가 대부분 훌륭하나, ‘(돼지) 항정살구이’(3만9000원)는 특징 없이 밋밋하다. ‘연어 스테이크’(3만5000원), ‘새우구이’(3만9000원), ‘도미구이’(3만9000원) 등 생선요리는 약간 퍽퍽하다.
애피타이저 중에서는 ‘토마토와 허브를 곁들인 다금바리 카르파치오’(2만3000원)가 인상적이다. 제주도에서 공수한 다금바리의 담백한 감칠맛이 파슬리, 쪽파 향기가 어우러진다. ‘베이징덕 피자’(1만9000원)는 북경식으로 구운 오리의 살과 껍질을 잘게 잘라 파채, 달콤짭짤한 양념과 함께 피자에 얹었다. 샐러드는 약하다. ‘시저 샐러드’(1만6000원·닭가슴살 추가 2만3000원)는 드레싱이 묽고 밍밍한데다 닭가슴살이 퍽퍽했다. 디저트류는 10여 가지로 다양하다. ‘루밥 수플레와 메이플 아이스크림’(1만2000원)이 ‘강추’다. 시큼한 맛이 나는 채소 ‘루밥’(rhubarb)을 딸기와 함께 절여 납작한 그릇에 담고 거품 낸 달걀흰자를 덮어 굽는다.
실내는 차분하고 세련됐다. 의자부터 테이블, 종업원 유니폼까지 검은색으로 통일해 어둡지만, 2층까지 툭 터져 높고 시원한 천장 덕에 음침하지는 않다. 종업원들은 서비스하려는 의지는 돋보이지만, 아쉽게도 음식에 대해 물으면 우물대다 결국 주방에 다녀오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이 식당이 벤치마킹했다고 보이는 뉴욕 맨해튼의 ‘그래머시 태번(Gram-ercy Tavern)’은 “서비스 스태프가 요리 재료를 단순 나열하지 않는다. 요리가 어떤 맛인지 설명해준다”는 평을 듣는다. 와인은 7만5000원부터 275만원까지로 비싼 편이다. 와인전문지 ‘와인스펙테이터’가 매긴 점수(WSP·Wine Spectator Point)와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매긴 점수(RPP·Robert Parker Point)를 친절하게 적어놨다. 오후 6시 문을 열며 식사 주문은 오후 10시30분까지 받는다. 애피타이저와 메인요리, 디저트에 차까지 마시면 대략 1인당 10만원쯤. 비싼 편이나 값어치를 한다. 부가세 10%가 따로 붙는다. (02) 512-1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