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조건, 일본· 대만 대비 `급격 악화`

반도체 가격 급락·국제유가 급등 영향
  • 등록 2005-03-08 오후 1:30:57

    수정 2005-03-08 오후 1:30:57

[edaily 강종구기자] 우리나라 교역조건이 일본이나 대만 등 아시아의 주요 수출경쟁국에 비해 훨씬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등 IT제품의 국제가격이 급락하면서 전체 수출단가를 큰 폭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또 원유 및 국제 원자재값 급등시 받는 교역조건 악화 충격이 최근들어 더욱 커졌고 장기간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순상품교역조건 변동요인 분석`에 따르면 90년대 이후 교역조건 악화의 주범은 반도체 및 정보통신기기 등 IT제품의 수출가격 하락과 원유 등 원자재의 수입가격 상승인 것으로 밝혀졌다. 2000~2003년중 교역조건이 연평균 5.9% 악화됐는데 이중 유가 및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 2.3%포인트와 0.4%포인트로 추정됐다. 순상품교역조건이란 수출품의 단가를 수입품 단가로 나눈 것으로 수입단가와 비교한 수출품 1단위의 상대가격을 말한다. 교역조건이 악화할 경우 동일량을 수입하기 위한 수출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게 돼 기업 채산성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장기간 지속될 경우 소비와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한은에 따르면 90년대 전반 비교적 안정적이던 순상품교역조건은 90년대 후반이후 크게 악화됐다. 가격하락기에는 수출단가가 수입단가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가격상승기에는 훨씬 작게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비중이 35.7%에 달하는 전기전자제품 수출단가가 큰 폭 하락하며 교역조건 악화를 주도했다. 반도체 수출단가의 경우 90년대 후반 연평균 35.7% 급락한데 이어 2000년대 들어서도 27.0%나 하락했다. 2000년에 12% 떨어진 반도체 수출단가는 20001년 무려 51.9% 급락해 반토막이 났고 2002년과 2003년에도 각각 18.5%와 25.5% 하락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9.3% 상승반전했다. 신기술 도입을 위한 공정교체 과정에서 일시적인 수급불균형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기의 수출단가 역시 90년대 후반 연 7.7%씩 하락했고 2000년대에는 연평균 11.3% 급락했다. 반면 승용차는 여타 품목과 달리 2000년대 들어 상승세를 지속했는데 품질경쟁력이 향상됐고 중대형 승용차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수출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원유와 기타 원자재 급등은 수입단가를 끌어올려 교역조건의 급격한 악화를 초래했다. 원자재는 90년대 후반 연평균 6.4% 하락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7.9%의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중 원유 수입단가는 90년대 후반 연평균 1.0% 상승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연평균 17.5% 급등했다. 또 철강재 수입단가도 90년대 후반 큰 폭 하락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연평균 5.0%의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반도체 및 정보통신기긱와 원유를 제외하면 교역조건 악화 정도는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0년을 100으로 잡았을 때 2001년 101.6, 2002년 104.2로 오히려 개선됐고 2003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03.9와 102.4로 소폭 악화된 정도다. 교역조건 악화는 일본이나 대만 등 아시아의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훨씬 심한 것으로 96~2003년 기간중 우리나라 교역조건이 연평균 5.3% 악화된 반면 일본은 1.9% 악화되는 정도에 그쳤다. 대만은 같은기간 연평균 0.5% 악화됐고 싱가포르도 1.7% 교역조건지수가 하락해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덜했다. 이 역시 IT제품의 수출비중이 상승한 영향인데 특히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단가는 2000~2003년중 27.0% 대폭 하락한 반면 일본은 오히려 4.4% 상승한 거스로 나타났다. 김승원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과장은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이 표준화 및 대량생산이 용이하고 경쟁이 치열한 메모리 부문에 편중돼 있는 반면 일본은 고도의 설계기술과 노하우가 요구되는 비메모리 부문의 수출비중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원유 및 국제원자재가격이 상승하면 석유화학, 철강 등 비IT품목의 수출단가가 상승해 교역조건 악화가 일부 상쇄된다"며 "최근 IT수출비중 상승과 함께 이런 상쇄효과가 약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유를 전부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유가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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