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우디 공격 임박" 첩보…美 “대응할 준비”

WSJ, 미·사우디 정부 관계자 인용해 첩보 내용 보도
사우디 “이란, 국내 반정부시위 관심 돌리려 공격 준비”
"美, 대테러·이란 견제 위해 사우디 버리지 않을 것"
  • 등록 2022-11-02 오전 10:57:19

    수정 2022-11-02 오후 9:19:43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첩보를 사우디측이 미국에 공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부터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AFP)


WSJ은 사우디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의 사우디 공격이 임박했다는 정보에 따라 사우디와 미국뿐 아니라 다른 중동 지역 군부대의 경계태세가 격상됐다고 전했다.

사우디측이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 9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자국 내 반정부 시위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사우디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 내 소요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외부 갈등을 조장하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중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란측은 사우디 내의 목표물들과 미군이 주둔 중인 이라크 쿠르디스탄 지역의 에르빌을 공격 대상으로 계획 중이라고 사우디 당국자들은 전했다.

이란은 이미 9월 말부터 수십발의 탄도 미사일과 무장 드론을 이용해 이라크 북부를 공격했으며, 이 중 하나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에르빌로 향하던 중 미군 전투기에 격추됐다.

이란측은 에르빌에 근거지를 둔 ‘이란 쿠르드 분리주의자들’이 자국 내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란 정부는 또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이스라엘이 이란 내 시위를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란이 공격에 나설 경우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NSC 대변인은 “우리는 위협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사우디와 군사 및 정보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에 대한 이란의 공격 위협은 최근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을 두고 미국과 사우디의 갈등이 심화하는 와중에 제기됐다. OPEC+는 지난달 미국의 증산 요청에도 불구하고 석유생산량을 감축하기로 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높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결정이다.

WSJ은 미국이 사우디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의 대테러 작전과 중동 및 이슬람 지역 내 이란의 영향력 확대 등을 막기 위해서도 사우디와 협력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과 사우디는 2019년 이란이 사우디의 석유생산 시설을 겨냥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란은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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