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달러-원 환율 하강 경고등이 커졌다. 1년간 지지선 역할을 했던 1100원대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미국과 유럽이 돈 풀기에 나서며 글로벌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시장으로 움직이고 있다. 환율 하락압력 또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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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이데일리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111.30원을 기록해 연저점(1111.4원)이 사흘 만에 다시 깨졌다. 장중 최저가는 1109.6원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10월28일(1107.8원·종가 기준) 이후 유지돼 온 1100원대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1100원대가 조만간 뚫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선진국 양적 완화 이후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란 데 이견은 없다”며 “올해 1050원대까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들어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과 유럽, 일본을 포함한 선진국이 일제히 돈 풀기에 나선데다, 상대적으로 탄탄하게 경제가 성장하고 신용등급도 상향되면서 우리나라 투자 매력이 올라간 게 맞물린 효과다. 실제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지난 8월27일 이후 이달 5일까지 외국인은 원화채권을 4조원 넘게 사들였다. 이는 직전 한 달간 거래 규모에 비해 20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지난 8월 이후 주식 순매수 금액은 8조원을 웃돌고 있다.
지난달 나온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2009년 3분기~2011년 3분기) 글로벌유동성이 1%포인트 증가하면 25개 신흥국 국내 총생산(GDP) 대비 자본유입규모가 0.8%포인트 증가했다. 원화 강세 흐름을 예상하고 환차익을 노리는 자금유입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환율 하락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100원대가 깨지더라도 하락속도는 완만할 전망이다. 유럽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미국 경기도 좀처럼 나아지리라는 확신이 없어서다. 3차 양적완화(QE3)로 다달이 400억달러의 돈이 풀리는 미국에서도 민간부문에서는 경기 위축이나 유로존 불안감이 여전해 돈이 잘 돌지 않고 있다. 지금은 신흥국의 채권과 주식 위주로 제한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외환 당국 개입도 변수다. 환율은 수출경쟁력과도 직결된 터라 원화 강세를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환율 하락 속도가 가파르지 않고 달러-원 환율 하루 변동폭도 크지 않아 과감한 개입보다는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설 전망이다. 실제로 달러-원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도 FX스왑 포인트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유로존 위기가 누그러지고, 선진국 경기가 회복 신호를 보낸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유럽 위기가 어느 정도 해결 가닥을 잡고 미국 경기지표가 좋아지면 민간에서 본격적으로 돈이 돌기 시작해 더 많은 유동성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