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취지나 기대와 달리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한 모습. 기준금리 인하와 같이 당초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소극적 대처에 실망한 기색마저 엿보인다. 밑천이 다 떨어진 중앙은행들이 오히려 궁지에 몰리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 약속한 듯 부양 조치 내놔
ECB의 발표 이후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금리인하에 동참했다. 인민은행은 6일부터 기준금리인 1년 만기 예금금리를 0.25%포인트, 대출금리는 0.31%포인트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한 달 새 기준금리를 두 번이나 낮췄다.
반응은 ‘뜨뜻미지근’..실탄 부족 드러낸 셈
신중하게 결정하는 중앙은행들이 이렇게 일관된 변화를 보였다면 금융시장에는 큰 호재로 작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날 시장 분위기는 달랐다. 유럽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하는데 그쳤고, 뉴욕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나름대로 야심 찬 조치를 내놨다고 자부하는 중앙은행들로서는 난감한 노릇이다.
그러나 사실 이런 반응조차 예상됐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ECB의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했고 인민은행도 경기 부양을 위한 후속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됐다. 따라서 ‘그 이상’을 기대했던 시장으로서는 놀랄 만한 여지도 없었던 셈이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세계 경기가 안 좋은 게 아니냐는 부정적 해석도 가능했다.
주요 외신들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부양 조치가 중앙은행들의 실탄 부족을 드러낸 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다수 선진국의 기준금리는 이미 제로(0) 수준에 이른 만큼 금리인하 조치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BOE의 채권매입프로그램과 같이 ‘익숙치 않은(비전통적인)’ 방법을 쓰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더 기대할 것은 없다는 얘기다.
美 FOMC로 관심 이동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특히 ECB의 경우 운신의 폭이 가장 좁아졌다고 전했다. 현재 쓸 수 있는 최선의 카드인 금리인하를 내세웠지만 약발이 발휘되기는커녕 신용경색을 풀기엔 역부족이라는 인식만 줬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ECB가 독일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재개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시장의 눈은 자연스럽게 오는 31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쏠리고 있다. 미 경기 회복세가 더딘 와중에 지난달 FOMC에서 필요하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연방준비제도(Fed)가 어떤 행보를 보일 지가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