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도 넘은 국채 사주기는 자본주의 역설"

FT 길리언 테트 칼럼..은행이 국채 소화 도 넘어
경제 회복 해쳐..내년에 더 심화할 듯
  • 등록 2011-12-23 오후 3:53:17

    수정 2011-12-23 오후 3:53:17

[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은행들이 국채를 사는 것은 당연하다. 가장 안전하게 돈을 굴릴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간에 돈을 빌려주는 것보다 국채를 더 많이 산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22일(현지시간) 길리언 테트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은행들이 정부 국채를 소화해 주는 끈끈한 유대관계가 경제 회복을 저해하고 있으며 이것이 자본주의의 역설이라고 평가했다.

도쿄미쓰비시 은행에 따르면 일본 은행들이 보유한 일본 국채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은행들이 기업이나 개인 고객에 빌려준 대출금 규모를 웃돌았다. 이런 상황은 비단 일본만이 아니다. 최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은행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 저리 대출을 받아 국채를 사야 한다고 촉구했고, 스페인이나 아일랜드 은행들도 정부로부터 이런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미국 정부도 미국 은행들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가 다른 나라보다 적다며 불평하기도 했다.

대부분 은행이 국채의 주요 매입처이고 지금처럼 민간 대출수요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나마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 합당할 수 있다. 그러나 테트 칼럼니스트는 이런 상황이 도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카르멘 라인하르트 메릴랜드대 교수는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을 통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 정부가 부채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긴축이나 성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금리를 낮춰 정부 국채를 싸게 발행한 것에 주력했다고 분석했다. 금리가 설사 많이 낮지 않더라도 은행들이 불리한 가격에 국채를 사들였다는 설명이다. 라인하르트 교수는 이 같은 일종의 억압(repression)이 전후 미국과 영국의 재정적 적응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이런 방식의 부채 조정은 상상하기 어려워졌지만 실제로 미국과 일본, 유럽 국채시장에서 은행들의 과도한 국채 매입이 이뤄지면서 민간 투자와 신용 증가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21세기 자본주의의 아이러니"라며 "내년에는 물론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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