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수연기자] 레인콤과 수출입은행, 그들의 끈끈한 관계는 각종 디지털제품을 갖고 놀기(?) 좋아하는 한 `얼리어답터(early와 adopter의 합성어)` 과장의 MP3CD플레이어 쇼핑에서 비롯됐다.
2001년의 어느날, 조용민 수출입은행 중소기업금융본부 금융3팀 과장은 당시 흔치 않은 물건이던 MP3 CD플레이어를 사서 끙끙대고 있었다. A사 제품이었는데 성능이며 작동 상태가 영 신통찮았다. 이 제품 제조사는 현재 심각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단다.
이걸 들고 군시렁대는 그를 뒤에서 가만 지켜보던 같은팀 정동훈 팀장은 다음날 그에게 느닷없이 신문 한 장을 내밀었다.
레인콤(060570)이라는 무명 회사의 MP3 CDP 광고가 나와 있었다. 기능이 괜찮은 듯 했다. 곧 회사에 전화를 걸어 제품에 대해 물어 봤다.
다음날 양동기 이사(현 부사장)등 레인콤 관계자들이 음악 CD까지 직접 구워가지고 제품을 들고 달려왔다. 성능을 시험해보고 회사 내용도 알아보니 수출입은행 사람들은 `이거다` 싶었다. 정팀장과 조과장은 기업을 방문해 재무상황도 점검하고 경영진도 만나봤다.
제품은 까다로운 `얼리어답터`의 눈에도 흡족했고 양덕준 사장을 비롯해 회사의 맨파워도 훌륭하다고 판단됐다. 특히 레인콤 경영진들이 소위 `관리회계`가 아닌 현금흐름 위주로 재무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 돋보였다. 조 과장은 또 MP3P 마니아나 일반유저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도 뒤져봤는데, 과연 레인콤 제품 평판이 최고였다.
이때부터 수출입은행 관계자들은 백방으로 대출할 방법을 찾아나선다. 아무리 담당자가 좋게 봤다 해도 결산 2기 재무제표 밖에 없는 신생회사가 서류심사를 통화하고 `추상같은` 리스크관리 부서의 승인을 얻을 수는 없는 일. 신용대출을 하려면 3개년 이상 결산자료가 기본이다.
당시 레인콤은 반도체 테스트장비를 개발하고, 외국의 주문형반도체를 수입해 팔면서 2000년 하반기 갓 MP3플레이어 제품을 출시하고 난 상황이었다. MP3의 시장전망과 기술력에 반해 지원하려고 했지만 당시 레인콤은 MP3 부문의 매출실적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의 매출은 반도체 수입과 장비 판매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약간의 당기순익이 나고 있기는 했지만 현금 흐름이 매우 나빠 만성적인 유동성 부족에 시달렸다.
결국 정 팀장과 조 과장 등 수은 3팀이 수출입보험의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기업의 전도유망함을 강조 또 강조하고, 우리나라가 MP3의 종주국이며 이 시장 전망이 좋다는 등의 관련 기사와 자료 등을 취합해 보냈다. 그래서 수은의 보증을 얻어 2001년 3월 10억원의 첫 대출이 이뤄진다.
이후 레인콤의 성공가도 질주는 세상이 다 아는 얘기. 첫 보증서 대출 이후로는 모두 신용대출로 지원했고, 올 8월월까지 모두 13번, 누적 367억원이 대출됐다.
레인콤이 안정 궤도에 접어들기 전까지의 두번째, 세번째 신용대출도 과감한 지원이었다. MP3P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구매자금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것. 수은은 여전한 믿음으로 `밀어줬고`, 회사는 또 회사대로 한 번도 연체를 하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이리버` 브랜드로 입지를 굳힌 레인콤은 이제 현금이 풍부해 굳이 수은 작금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다. 그런데도 계속 수은의 대출을 받아가는 등 양측은 `우의`를 과시하며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레인콤 관계자와 수은 관계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수은과 레인콤은 서로가 서로의 팬` 이라며 `기업과 은행간의 윈-윈 관계의 전형`이라고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