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공동락기자] IT경기가 좀처럼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기업들의 자구 노력도 대단히 분주했다. 그러나 경비 절감을 위해 단순히 직원들을 감원하고 설비투자를 줄이는 것으로는 항상 한계에 직면했다.
기업들은 이를 위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상하거나 자신들이 현재 사업과 유사한 업종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등의 다양한 자구책들을 마련했다. 또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소비자의 트렌드에 적합하게 재고나 배송 프로세서를 개선해 기존의 오프라인 업체들에게는 볼 수 없었던 차별화 전력을 꾀하고 있다.
◇한지붕 여러집 살림.."영역을 넓혀라"
휴대전화 메이커인 노키아는 지난해 11월 휴대 전화와 게임기를 합쳐놓은 `엔-게이지(N-Gage)`를 출시했다. 기존 휴대전화 시장에서 확보된 폭넓은 시장 기반을 토대로 게임 기능이 장착된 복합 제품으로 내놓은 것이다.
노키아는 엔-게이지의 주요 타겟으로 연령대가 16세에서 35세에 이르는 이른바 비디오 게임 세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품이 상용화될 경우 판매 예정가격은 300달러로 적지 않지만 회사측은 판매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노키아의 통신사업부문 부대표인 캐리 투티는 "기존 업체들과 정면 대결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보다는 복합 기능을 가진 제품으로서 게임기 시장의 규모을 확대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노키아의 이 같은 결정은 휴대전화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직면했다는 위기감을 더욱 반영한다. 현재 노키아의 시장 점유율은 40%에 육박해 있다. 경쟁 업체들의 견제로 점유율을 늘린다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복합제품으로 새롭게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단 노키아의 전략에는 공감한다는 분위기다. 특히 게임기 시장이 날이 갈수록 연령이나 프로그램별로 세분화되는 상황에서 복합 제품의 출시될 경우 세분화가 더욱 가속도를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PC업체인 델컴퓨터도 기존의 시장 점유율을 이용해 시장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중에 하나다.
델컴퓨터는 최근 기존의 사명에서 `컴퓨터`라는 명칭을 떼고 "델"로 회사명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PC시장에서 토털 IT 서비스 업체로의 변신을 꾀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델컴퓨터의 이 같은 노력은 실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델컴퓨터의 매출에서 서버, 저장장치, 네트워크장비 등 소위 말하는 기업시스템 사업 부문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였다. 또 얼마전 렉스마크와 파드너쉽을 통해 진출한 프린터 시장은 아직 전체적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지만 최근 회사측이 강하게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부문이다.
델컴퓨터는 여타 IT기업들의 실적이 죽을 쑤고 있던 지난해에도 꾸준하게 매출 신장을 거듭하며 "델은 이제 IT기업이 아니다"라는 질투어린 시선을 받아왔다. 일부에서는 델컴퓨터가 경쟁사인 휴렛팻커드, 게이트웨이, IBM 등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해 매출을 늘렸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하지만 업종 다각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라는 측면에서는 대단히 높은 점수을 주고 있다.
◇과감한 투자가 `승부구`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2년전 X박스라는 게임기를 시장에 선보였다. 당시 게임기 시장에는 소니와 닌테도라는 확실한 선발 업체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MS의 게임기 시장 진출에 대해 당시 시장 관계자들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성공 만큼 호락호락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18개월이 지난 현재 X박스는 닌테도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소니의 플레이스테니션2에 이어 당당하게 업계 2위의 차지를 꿰찼다.
MS는 얼마전 미국에서 판매되는 X박스의 가격을 199달러에서 179.99달러로 낮춘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가격 인하에 대해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경쟁을 유발해 `제살 깎아먹기`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게임 시장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을 이견을 달지 않는다. 특히 소니와 닌텐도의 복점 시장 균형을 헤집고 들어가 시장의 분위기를 일신시켰다는 사실은 대단히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MS는 또 X박스에 온라인 게임과 뮤직 서비스와 같은 부과 기능을 강화해 종합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한다는 전략을 내놨다. MS의 수석 부대표인 로비 바흐는 "이번 X박스 보강 계획은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위상을 크게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보다 공격적인 영업 전략으로 게임기 업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빅블루" IBM의 변신도 눈부시다. 컴퓨터 종합서비스를 표방하던 IBM은 반도체 파운드리 산업으로 눈을 180도 돌렸다.
지난해 IBM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차터드반도체를 물리치고 세계 3대 파운드리 업체로 부상했다. 매출액 7억달러로 1위 업체인 대만반도체(TSMC)의 46억달러에 비해서는 아직 미약한 수준이지만 파운드리 업계의 3강 체제를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세미코의 애널리스트인 조앤 아토우는 "IBM의 시장 점유율이 3.6%에서 6.1%로 1년 사이에 급증했다"며 "파운드리 시장에서 큰 이정표를 남겼다"고 밝혔다. 그는 또 IBM의 수익성이 다른 업체들에 비해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IBM의 파운드리 도약은 공격적인 경영 전략에 밑바탕을 두고 있다. IBM은 지난 여름 뉴욕시 인근 이스트피시킬 지역에 30억달러 규모의 공장을 새롭게 설립했다. 당시 반도체 시장은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IBM은 이를 통해 과감하게 도약할 수 있었다.
IBM의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그룹을 총괄하는 존 켈리는 "IBM은 대형 업체인 대만 업체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는 전략을 채책하고 있다"며 "고객들의 취향에 맞게 파운드리를 특성화시키는 전략도 매우 유효했다"고 밝혔다.
◇그래도 믿을건 `현금`..온라인 상거래 업체들의 약진
미국의 소매업체연합(NRF)은 지난 15일 올해 온라인 소매매출의 증가율이 두자릿수를 기록, 전체 소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1990년대 말 IT시장 버블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에게 희망과 절망이라는 맛이 전혀 다른 열매를 동시에 가져다 줬다. 당시 사람들은 모든 거래가 전자상거래로 이뤄질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고 이 환상은 곧 버블의 붕괴라는 쓰라린 추억과 함께 산산히 무너졌다.
그렇지만 인터넷 버블의 붕괴는 오히려 난립해 있던 시장을 정리하는 약이 됐고 그 결과 브랜드와 일정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던 몇개의 기업들이 시장을 형성하는 과점적인 형태의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전자상거래의 필요성을 인식하게된 오프라인 업체들이 온라인 시장으로 진입, 오늘날과 같은 시장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온라인 경매업체인 이베이는 1분기 4억7650만달러의 매출액을 올려 전년동기 대비 94%의 신장세를 달성했다. 합병에 따른 매출액을 제외해도 이베이의 매출성장률은 56%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우려로 전통 제조업체들의 매출은 감소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매출 신장세다.
멕 휘트먼 이베이 최고경영자(CEO)는 "1분기는 여러 사업분야에서 모두 이베이에게 최고의 분기였다"면서 "장기적으로 모든 사업분야에 있어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베이는 올해 들어서만 40%가 넘는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베이의 랠리 열풍은 단지 찻잔 속의 돌풍이 아닌 광풍으로 발전하며 다른 인터넷 업체들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연초대비 66%의 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으며 야후는 56%나 주가가 올랐다.
테크놀로지 산업의 전문가들은 인터넷 사업이 다시 활기를 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웹브라우저인 네스케이프커뮤니케이션스의 공동 설립자인 마크 안드리센은 PC 붐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던 80년대 중반과 비교했다. 그는 "당시 일부 시장 전문가들이 PC의 영광스러운 시절은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MS와 인텔, 델컴퓨터는 초기 투자거품이 꺼지면서 이를 기반으로 성공했다"며 "현재 인터넷은 당시 PC에 대한 인식과 거의 똑같은 루트를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업체들의 성공 비결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례는 USA인터랙티브의 성공담일 것이다.
USA인터랙티브는 지난 5일 7억3400만달러를 투입해 온라인 모기지업체인 렌딩트리를 인수했다. 이번 렌딩트리의 인수는 USA인터랙티브가 오랫 동안 심혈을 기울려 왔던 인터넷 제국이 명실상부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USA인터랙티브는 여행사이트 엑스피디아와 티켓마스터와 홈쇼핑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복합 인터넷 업체다. USA인터랙티브는 영화와 방송부문의 자산을 매각해 전자상거래와 검색과 같은 유료 서비스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닷컴버블 이후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USA인터랙티브의 배리 딜러 최고경영자(CEO)는 렌딩트리 인수를 두고 "최근 수년간 이뤄진 가장 중요한 전략적 진전"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또 "자신들이 아마존과 이베이, 야후에 이어 인터넷 성공 스토리를 보여줄 것"이라고 예언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호언장담을 단순한 허풍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1990년대 중반 전세계적으로 일었던 닷컴붐이 문자 그대로 붐에 그친 반면 USA인터랙티브가 최근 보여주고 있는 인수 합병은 수익성을 근거로 차분히 바닥을 다진 새로운 인터넷 수익 모형의 전형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