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를 위한 가시적인 조치가 없을 경우 강화된 안보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압박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수 주내 외교적인 진전을 기대한다는 시그널을 함께 보내고 있다.
동시에 북한을 회담장으로 끌고 나올 유일한 나라인 중국을 향한 ‘부드러운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웃으며 악수하고 있지만 상대방(중국)의 손이 으스러질 만큼 아픈 악수를 청하고 있는 형국이다.
◇ "6자회담 복귀 안하면 제재 계속"
미 국방부 월리스 그렉슨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3일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구체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조치가 없는 만큼 미국은 역내 동맹국들과 함께 강화된 안보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장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비핵화를 위한 가시적인 조치를 보이지 않으면 유엔 대북결의안 이행 등 대북제재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지난해 12월 방북해 북미 대화를 처음 가졌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핵문제에 대해 "앞으로 수 주 또는 수 개월 내에 외교적 프로세스로 돌아가 진전을 이뤄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12월 북미 대화 이후 6자회담 재개 희망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그는 KEI(한미경제연구소) 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말하고 "안보리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비핵화를 위한 진전을 이뤘을 때 제재내용을 변경하기 위한 타당성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완화든 평화회담이든 일단 6자회담 테이블에 앉아서 얘기하자는 뜻이다.
◇ 美, 中 향해 웃으며 ‘팔 비틀기’
겉으로는 서두르지 않겠다면서도 속으로는 마음이 급할 수 밖에 없는 오바마 행정부는중국을 압박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그렉슨 차관보는 청문회서 중국에 대한 '평가'에 시간을 할애했다.
데이비드 셔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도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1874호를 성공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중국의 지지는 필수적"이라며 힘을 보탰다.
이같은 발언들은 사실 중국의 역할에 대한 평가의 의미라기보다 일종의 ‘압박’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절대적인 만큼 북한을 설득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더욱 노력해줄 것과 최소한 회담 재개 이전에는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해달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최대한 발언을 아끼면서도 북미간 대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간접 전달하고 있다. 장위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각 당사국의 공동 노력으로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하기를 원하며,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회담 문제 등) 관련된 문제에 대해 각국과 대화와 소통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