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 과표기준과 세율조정이 수반되지 못할 경우 `강부자를 위한 종부세 무력화가 중산층의 세부담만 키웠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 강부자 세감면 위해 국민 재산세 부담 증액
정부가 종부세 과세표준 산정방식을 공시가격에서 `공정시장가액`으로 바꾸면서 해당 기준을 재산세에도 적용하기로 함에 따라 재산세 부담은 지금 보다 더 늘게 됐다.
정부안에 따르면 `공정시장가액`은 공시가격의 80% 수준에서 결정된다.
현행 세법 대로라면 내년 주택 재산세 납세자의 과세액은 연도별 과표적용률에 따라 공시가격의 60%(올해 55%)로 결정되게 돼 있다.
그간 정부는 재산세 과표적용률을 올해 55%에서 내년 50%로 낮추는 것을 추진해 왔지만 이번 종부세 개편으로 재산세 과표적용률은 오히려 더 높아지게 된 셈이다.
결국 국민 2%의 종부세 부담을 경감시켜 주고 대다수 국민들의 재산세 부담은 늘리는 모양새가 된 것. 이에 대해 윤영선 세제실장은 "행정안전부 세목(재산세)이라 그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과표기준 변경에 따른 부작용이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종부세를 폐지하기로 한 만큼 부족한 지방재정은 재산세를 인상해서 보충할 수 밖에 없다는게 정부의 생각이다.
◇ 지방재정 궁핍화..지자체간 반목 키울듯
그간 거둬들인 종부세는 지방교부금으로 내려가 지방재정의 균형발전에 쓰여 왔다. 하지만 이번 종부세 감면으로 당장 내년 지자체 재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종부세 감면으로 고가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들의 세금 부담은 내년 2조2300억원(신고액 기준)이 줄어들게 된다. 종부세에서 지방교부금으로 내려가는 금액이 내년부터 그만큼 감소하는 셈이다.
이는 재정이 탄탄한 지자체의 재원을 재정이 열악한 지역으로 내려 보내겠다는 것.
그러나 종부세 보이콧을 폈던 강남 일대 지자체 구민과 수도권의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들이 과연 이를 눈감아 줄지 미지수다. 결국 지역간 대립과 계층간 갈등만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 고무줄 선심책 용이해져
이번 개편으로 대폭 완화된 종부세는 앞으로 정부의 입맛에 따라 추가로 더 깎아줄 수 있다. 과표산정의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은 공시가격의 80% 수준으로 하되 시행령으로 20%포인트까지 가감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즉 앞으로는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 종부세와 재산세를 더 깎거나 확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얻고자 하는 집권당과 대통령 입장에서는 복잡한 법개정없이 정부의 시행령 개정만으로 언제든 선심책을 쓸 수 있다. 조세정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정부 스스로 허무는 단초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