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CME 상장)②은행들도 거래 준비에 `박차`

초기 유동성 확보가 관건
  • 등록 2006-09-14 오후 1:02:00

    수정 2006-09-14 오후 1:02:00

[이데일리 황은재기자] 달러/원 선물·옵션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상장에 맞춰 시장조성자(Market Making) 역을 맡은 국내은행과 외국계은행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거래를 위한 인프라 구축 뿐만 아니라 상장 이후 유동성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상장이 되더라도 거래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하면 지난달 27일에 상장된 위안화 선물·옵션처럼 형태만 남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달러/원 CME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NDF보다 CME 선물의 접근도가 더 높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외 장외상품인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의 경우 신용도가 높은 일부 은행들만 참여할 수 있지만 CME 달러/원 상품의 경우 역외 장내 상품으로 신용도가 낮은 은행 등의 기관을 비롯해 기업과 개인까지 참여가 가능하다.

◇ CME 거래 준비 `이상무`

시장조성자 역할을 맡은 은행들은 "CME 상장에 맞춰 담당자를 선정했고 거래를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며 "상장에 맞춰 차질없는 준비를 하겠다"고 진행상황을 밝혔다.

초기 시장조성자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은행으로는 신한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이, 외국계 투자은행 가운데는 도이체방크, 깔리옹은행 등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성자는 유동성공급자 역할 외에도 스페셜리스트, 호가 제시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시장조성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정된 한 국내은행 관계자는 "달러/원 거래를 담당하는 외환딜러와 FX스왑 딜러가 CME 달러/원 상품 담당 딜러 역할을 할 예정"이라며 "이와 관련한 기자재 설치와 내부 준비가 완료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기존 선물거래와 거래 방식이 같아 주문시스템 설치 및 담당자 선정으로 간편한 준비를 하고 있다.

◇`첫술에 배부르랴`

시장조성역을 담당할 은행들에게 충분한 유동성 확보 가능성에 대해 묻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초기 시장의 유동성 확보가 시장조성자들의 역할에 달려있음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다.

그들의 전망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는 것. NDF 시장에 익숙해져있고 증권선물거래소(KRX)에 상장된 달러/원 선물 역시 거래량이 적기 때문에 CME도 초기에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들은 환헤지 수요를 CME 상품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눈치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달러/원 스팟(현물) 거래와 스왑부분의 헤지 수요를 CME 상품으로 할 계획"이라며 "시장조성자의 경우 수수료 부담이 다른 참가자들의 비해 낮을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헤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동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기존 NDF 거래 수요가 이동하면서 참가자들의 수요 역시 크게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용태 삼성선물 리서치팀 부장은 "초기 유동성 문제만 해결된다면 헤지 목적의 거래는 NDF보다 접근이 쉬워 CME로 유입될 가능성이 많다"며 "CME 선물이 만기 결제시 현금 결제 방식이 아닌 현물 인수도 방식으로 전환될 경우 NDF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

장내 상품이기 때문에 기업이나 개인들까지도 참여가 가능해 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CME 측도 우리나라의 무역규모 등을 고려할 때 활성화 가능성이 높다는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장밋빛 전망에 그칠 수도

그러나 이같은 기대와 달리 장밋빛 전망에 그칠 가능성도 높다. 초기 거래를 유도하는 헤지 수요에만 기댈 수 없기 때문.

시중은행 외환업무 관계자는 "외국계투자은행들의 경우 500~1000만달러 단위로 큰 물량이 많은데 이 주문을 받아줄 수 있는 유동성이 확보될 수 있을지 사실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은행들이 시장조성을 하면서 당장 거래 단위를 키울 수 없겠지만 홍보와 마케팅을 통해 기업 등 다양한 참가자를 통해 규모의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만기 정산시 원화 결제를 가능케 해 국내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것, 변동성이 줄어들 경우 적절한 증거금 조정을 통해 투기 거래자들의 수요를 투기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외환자유화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를 늘려 달러/원 상품에 대한 투자 규모를 늘릴 필요도 있다.

김용태 부장은 "한국이 세계10대 무역국으로 수요가 많을 것으로 CME는 기대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CME 스스로도 일반 기업 및 개인 시장 활성화를 통한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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