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최한나기자] "180명중 1명, 비중은 0.56%"
이것이 국내 은행에서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의 현주소다. 27일 edaily가 은행별 임원 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8월현재 국내 18개 은행 임원 180명중 여성 임원은 단 한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여성의 사각지대다.
사외이사까지 포함하면 전체 임원 280명 중 여성수는 3명으로 늘어나지만 이 또한 전체의 1%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은행권내 여성 지위가 사회 평균적인 수준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오늘날과 같은 은행권 여성 임원 `희귀화`는 여성의 입행 자체가 미미했던 과거 보수적인 사회 풍토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때문에 여성 입행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행내 여성의 승진도 꾸준히 늘고 있는 요즘의 추세로 볼 때 몇년 내 여성 임원 비중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성 임원 비중 0.56%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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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제일은행 상무> |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국책은행을 합한 18개 국내 은행의 임원 180명 중 여성은 김선주 제일은행 상무 단 한 명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까지 포함해 범위를 넓혀보면 전영순 국민은행 사외이사와 임선숙 광주은행 사외이사도 여성 임원 대열에 끼워넣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사회 구성원일 뿐 은행 경영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국내 은행에서 여성 임원은 김 상무 뿐이다.
따라서 18개 은행에서 사외이사를 제외한 순수 집행임원 180명 가운데 실질적인 여성 임원 수는 1명, 비율은 0.56%에 불과하다.
이는 정치권이나 재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과 비교해 볼 때 매우 열악한 수준에 속한다. 17대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여성은 총 39명으로 전체 의원의 13.0%에 해당하고, 한국 100대 기업중 80개 기업의 임원급 여성 비율은 2%대를 보이고 있다. 민간 부문 여성 임원 비율도 4.9%에 이른다.
은행내 여성 임원 비율이 낮은 것은 그동안 금융권으로 진출하는 여성수 자체가 다른 분야에 비해 적었다는 점이 주 이유로 꼽힌다. 입행하는 신입 직원 중 여성 비율이 낮았기 때문에 행내 승진도 적고 나아가 임원급으로 오르는 경우는 더욱 희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은행권 관계자는 "십년전만 해도 은행에서 상대했던 기업 고객이 모두 남성이었기 때문에 여성이 나서서 이들과 함께 업무를 처리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며 "은행 입사를 원하는 여성도 적었지만 은행에서도 여성 직원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최금주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부회장은 "금융이라는 경제의 혈맥을 움직일 수 있는 여성이 적다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며 "여성이 금융권에 보다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일정 비율 직원이나 지점장들을 여성으로 보장해주거나 육아 및 가사활동과 업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 등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 입행·승진 증가.. `기대해도 좋다`
최근 단행된 은행권 인사에서 실력있는 여성들의 약진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총 258명의 부점장 인사를 단행하면서 황의선 송파 영업본부장 등 4명의 여성 지점장을 새로 선임했다. 이로써 우리은행의 여성 지점장수는 27명에서 31명으로 늘어나 전체 지점장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2.96%로 높아졌다. 2000년도 여성 지점장 비율이 1.61%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2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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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선 본부장> |
특히 강남의 주요 지역으로 꼽히는 송파지역 26개 영업점을 책임지게 된 황의선 본부장은 여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던 인물.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성별이나 학력에 관계없이 오직 개인의 역량과 실적에 따라 평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외환은행도 지난달 실시한 인사에서 차장 1~2년차에 불과한 최동숙씨와 이인순씨를 각각 부천지점장과 평창동지점장으로 발탁했다. 통상 차장에서 지점장 승진까지 8~10년쯤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인사는 그야말로 `파격`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연차나 경력보다는 각 사업부문에 적합한 인재를 우선 선발·배치한다는 원칙 아래 단행된 인사"라며 "최 지점장이나 이 지점장은 `여성이기 때문에`나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지점장으로 선임된 것이 아니라 뛰어난 직무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입행하는 직원들 중에도 여성 비율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선발한 신입행원 73명 중 여성은 26명으로 전체 인원 중 35.6%를 차지했다. 2001년도 입행한 신입행원 51명 중 여성이 11명(21.6%)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외환은행의 여성 신입직원도 전년도 29명(25%)에서 지난해 40명(37%)로 증가했다. 조흥은행의 경우 지난해 신입직원 127명 중 52명이 여성으로 여성 비중이 45%에 달했다.
장정우 조흥은행 부행장은 "최근 입사하는 직원 중 여성이 눈에 띄게 증가했고 지점장급으로 올라서는 여성도 늘고 있기 때문에 4-5년 후 쯤이면 여성 임원 비중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