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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증권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증권거래법의 기본 바탕도 투자자보호로 함축된다. 그러나 불공정거래의 적발은 근절되기보다 오히려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만큼 시장의 건전성은 크게 훼손되고 있다. 공정한 시장 만들기는 특정한 기관이나 몇몇 사람의 힘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감독당국은 물론 증권 유관기관과 투자자 등 시장참여자 모두의 지혜를 모으는 과정을 요구하고 있다.
edaily는 이와 관련 독자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한국증권거래소에 재직중인 이상복 변호사의 글을 매주 목요일 싣는다. 이 변호사는 제38회 사법고시에 합격, 변호사가 된 후 현재 증권거래소에서 근무중이며 인터넷 증권사기 등 불공정거래를 직접 관찰하면서 예방 제도를 연구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변호사로 꼽히고 있다. 저서로는 "인터넷 증권사기"가 있다. 독자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을 확신한다.
◇인터넷 혁명인가? 거품인가
인터넷은 우리 증권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의 놀라운 변화는 향후 세계의 증권시장이 어떻게 변모해 갈 것인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하여 주식을 공모하게 되었고, 증권거래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은 지리적인 국경이 없는 그 특성상 머지 않은 미래에 각 국의 증권시장이 하나로 통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사이버거래량은 전체의 70% 내외로 가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향후 한국의 증권시장이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사이버화가 가속화될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인터넷 기업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닷컴 기업의 미래는 보장된 것처럼 보였다. 이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오늘의 현상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 증권시장에서 벤처기업이 승승장구하는 것도 다 인터넷 거품 때문이라고 말하곤 하였다.
하지만 필자는 인터넷에 거품이 끼어 있었고, 이제는 거품이 걷힌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에게 거품이 끼어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필자부터 인터넷 시대의 도래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기에 너무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는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이제야말로 인터넷은 그 장점과 단점을 노출시키면서 증권시장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증권범죄의 역사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각기 역사를 가지고 있다. 개인은 개인의 역사를, 조직이나 단체는 그 나름대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범죄 또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이미 우리가 어린 시절의 역사에서도 배운 바 있다. 이미 고조선 시대에 살인이나 상해 절도 등을 규율하려는 나름대로의 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증권시장에서의 증권범죄도 나름대로 그 유래를 가지고 있다. 증권시장의 역사가 앞선 나라들에 비하여 그 역사가 일천한 우리 증권시장에서는 별로 긴 범죄의 역사가 아니지만, 영국에서는 이미 1679년에 주가조작을 퇴치하기 위한 법을 제정한 것만 보아도 그렇다.
지난 1830년대에는 프랑스 은행가가 무지한 투자자들을 이용해 자신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에 관한 고급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전보기사에게 뇌물을 준 것도 또다른 범죄사의 한 단면이다. 그런데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주식을 공모하는 경우를 이용한 주식공모사기, 주가조작과 내부자거래의 피해자가 많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 시기부터는 증권시장의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던 전신기술이 증권시장에서의 매도주문과 매수주문을 내는데 사용되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범죄자들은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는 노련함을 보였던 것이다.
◇인터넷과 증권범죄
얼핏 보게되면 인터넷이 증권범죄와 무슨 관계가 있을 수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범죄라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있어왔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어느 범죄나 문명의 이기를 이용해서 발생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명의 이기가 처음 등장하였을 때 이것을 나쁜 방향으로 악용하여 범죄에 활용하는 자들은 대부분 범죄에 성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쁜 꾀를 쓰는 경우는 항상 선견지명이 있어 앞서 가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넷은 투자자들이 모든 종류의 투자권유를 믿게 만드는 공동체와 신뢰의 문화를 촉진시켰다. 또한 인터넷은 범죄자들이 범법행위를 하기 용이한 새로운 수단도 제공했다.
인터넷이 활용되는 몇 가지 이유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터넷은 사용하기가 쉽다. 자신의 집에서 단지 마우스를 클릭함으로써 편리하게 범죄음모를 꾸밀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익명성과 가명성이다. 범죄자들은 익명 또는 가명으로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적발 또한 어려운 것이다.
셋째, 대량으로 메일을 쉽게 발송할 수 있다. 전화나 종전의 우편 같은 통신수단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이메일, 웹사이트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과 통신을 하면서 속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아침에 출근해서 이메일을 열어 보면 정체불명의 스팸메일이 우리의 이메일을 장식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짐작해 볼 수 있다. 넷째, 인터넷은 국경이 없다는 점이다. 범죄자가 세계 어느 곳에 있던지 간에 신속하게 범죄의 실행을 시작할 수 있고, 국경이 없는 관계상 세계를 무대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하여 현재 인터넷상에서는 증권범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범죄들이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 국의 규제당국은 범죄에 대응하기 위하여 많은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상에서 일어나는 각종의 범죄에 대한 대응책도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모든 범죄에 대한 대처방안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인터넷 증권범죄에 대한 대응방안은 당국이 여러 측면에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범죄가 발생한 후에 범죄자를 적발하는 사후의 방안보다는 사전에 투자자와 증권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더 나아가 증권시장에 대한 당국의 엄격한 자세가 필요하다.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이라는 대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그 어떠한 희생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당국은 어떤 측면에서 시장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하는가. 투자자는 어떻게 하면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가. 또 증권사와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은 시장과 투자자에 대하여 어떤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가의 측면에서 새로운 윤리장전이라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필자는 증권시장에서 범죄에 대한 적발과 처벌의 중요성 및 투자자 등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국가차원에서 역설한 바 있다. 따라서 증권범죄에 대한 소개와 증권산업에 종사하는 자들에 대한 제언을 이 자리를 빌어 해 나가기로 하였다. 또한 인터넷의 등장이 가져다 준 변화들도 앞으로 본격 소개되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