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구의역 사고’ 원인을 사고 피해자인 김군의 부주의라고 발언한 사실이 드러나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변 후보자의 사퇴와 청와대의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 임선재 서울교통공사노조 PSD지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구의역 김군의 죽음을 모욕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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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PSD지회와 청년전태일 등 4개 시민사회단체는 2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 후보자는 김군을 모욕하고, 김군 죽음을 김군 잘못인 양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며 “구의역 김군의 죽음을 모욕한 변 후보자는 즉각 자진해서 사퇴하고, 청와대도 고인을 능욕하는 반(反)노동적 발언을 한 후보자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기자회견을 개최하게 된 건 변 후보자가 과거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시절 ‘구의역 사고’와 관련해 내뱉은 발언 때문이다.
구의역 사고는 지난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당시 19살이던 김군이 스크린도어(승강장 안전문)를 홀로 정비하던 중 열차에 치여 숨진 사건을 이르는데, 당시 김군은 서울메트로 하청업체 은성PSD 계약직 직원이었다. 당시 ‘2인 1조 출동’ 매뉴얼이 있었지만, 인력 부족과 잦은 고장, 열차 지연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 원·하청의 불평등한 관계 등 탓에 사고 당시에도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점이 드러나면서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SH공사 사장이던 변 후보자는 2016년 6월 공식회의 자리에서 “구의역 사고는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고, 이게 시정을 다 흔들었다”,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다. 걔가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는 등의 발언을 했고, 이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 지난 2016년 5월 서울 광진구 구의동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현장에 시민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가 스크린도어 붙어 있다. (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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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인 단체들은 김군의 사고는 구조적 문제였는데도 변 후보자가 김군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군 사고는 비용을 절감하고자 매뉴얼도 지키지 못할 정도로 부과된 과도한 업무량 등으로 발생한 구조적 문제”라며 “2013년, 2015년, 그리고 2016년 3년 사이 똑같은 사고로 세 명의 노동자가 죽은 현실을 피해자 탓으로 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선재 서울교통공사노조 PSD지회장은 “변 후보자는 다른 취지로 발언했다고 억울해할지 모르겠지만, 이 발언엔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변 후보자의 생각이 충분히 담겨 있다”며 “노동자 죽음보다 윗사람들 자리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고, 이런 발언을 한 변 후보자는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성토했다.
아울러 변 후보자에 대한 지적은 변 후보자를 내정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도 이어졌다. 이들은 “변 후보자 임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반노동 민낯을 똑똑히 봤다”면서 “김군의 죽음으로 인한 유가족과 동료의 고통을 눈곱만큼이라도 헤아린다면 문재인 정부는 변 후보자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경 서울청년진보당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사람이 먼저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사람 목숨을 아무것도 아닌 걸로 보는 장관 후보자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느냐”면서 “구의역 김군의 죽음을 기억하는 무수히 많은 국민이 문재인 정부의 결심을 지켜볼 것”이라며 변 후보자의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어 김군과 같은 산업재해 피해자들의 고통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해당 법안엔 법인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 기업·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고 이에 따라 이들을 처벌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한편 국회는 오는 23일 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