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왕립국제관계환경연구소장과 서울시 국제에너지자문단 위원장을 지낸 월트 패터슨 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 연구원이 지난달 29일 채텀하우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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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풍력발전의 효율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습니다. 보조금이 없어도 원자력발전보다 싸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어요. 가전기기의 전력 효율도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원전은 신재생에너지보다 비쌉니다. 왜 원전을 써야하죠?”
월트 패터슨(82·사진) 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 에너지 환경 개발 프로그램 연구원이 최근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도입과 원자력발전 축소를 둘러싼 갈등 해결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채텀하우스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패터슨의 주장은 선명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원자력에 머물러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핵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50년 가까이 전력 문제를 연구하며 영국왕립국제관계환경연구소장을 지내기도 했다.
패터슨 박사는 영국의 사례를 들어 원자력이 신재생에너지보다 훨씬 비싸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전력회사인 EDF가 가지고 있는 원자력발전소가 생산하는 전기의 발전 원가는 신재생에너지의 두 배 수준”이라며 “발전소를 폐기하는건 발전 원가에 포함돼있지도 않다”고 했다. 그는 “지금 영국 내륙에 설치되는 풍력, 태양열발전소는 별도의 지원금 없이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영국 버킹엄셔카운티에는 순수 민간자본만으로 지어진 아네스코사(社)의 태양광 발전소가 2500여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가 육상풍력, 태양광, LNG, 원자력, 석탄 순서로 경제성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한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있다.
패터슨 박사는 원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신재생에너지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에서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빨리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그 과정에서 조금 더 나은 전력 생산에 대해 학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발전으로 풍력발전소를 세우는건 몇개월만에도 가능해졌다”며 “하나를 짓는데 수 년이 걸리는 원전은 한 번 결정하면 경로의존성이 강해 생산단가가 올라가더라도 쉽게 이전의 정책으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했다.
2016년 박원순 서울시장의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을 돕기 위해 서울시 국제에너지자문단 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패터슨 박사는 한국의 원전 논쟁에 대해 “발전원가 논쟁은 끝났다. 수요측면을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에서 전기소비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불과 몇 년만에 15%나 줄었다”며 “독일은 전기소비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예상보다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를 사용하는 제품의 전력효율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시와 함께 추진했던 사업도 전력효율을 높이는 작업이었다. 패터슨 박사는 “당시 2년반을 예상했는데 2년만에 전력 사용 감축 목표치를 달성할 정도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기술발전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20여년 전부터 “슈퍼에서 배터리를 사서 쓰는 시대가 온다”고 예견해왔다.
| 영국왕립국제관계환경연구소장과 서울시 국제에너지자문단 위원장을 지낸 월트 패터슨 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 연구원이 지난달 29일 채텀하우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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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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