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먹히는 포르셰·폭스바겐의 질긴 인연

폭스바겐, 포르셰 역인수 검토
포르셰 부채부담 늘어..폭스바겐도 스포츠카 확대 `야욕`
독일 주정부 보유 지분이 변수
  • 등록 2009-04-23 오전 11:27:33

    수정 2009-04-23 오전 11:27:33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독일 폭스바겐 지분을 50% 보유하고, 향후 75%까지 지분을 늘릴 계획이었던 포르셰가 오히려 역으로 폭스바겐에 피인수당할 상황에 처하면서 두 자동차업체 사이의 질긴 인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폭스바겐이 포르셰의 자동차 사업 부문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폭스바겐 경영진들이 부채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포르셰 지주사를 돕기 위해 포르셰를 매입하는 옵션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담하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 폭스바겐의 포르셰 인수 시도는 최근까지 포르셰가 폭스바겐 지분 확대를 추진해온 상황을 완전히 뒤집는 양상이다.

사실상 포르셰가 3년반전 매출 규모가 15배가 넘는 유럽 최대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 지분을 20% 인수하겠다고 밝혔을 당시에도 세간의 이목을 끌었었다. 이후 포르셰는 50%까지 폭스바겐 지분을 늘렸고, 75%까지 추가 지분을 늘리겠다고 공언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페르디난트 피에히 폭스바겐 CEO가 스포츠카를 생산하는 포르셰를 폭스바겐의 10번째 모델로 통합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폭스바겐 비틀을 개발한 창립자 페리르디난트 포르셰의 손자이기도 한 피에히 회장 입장에서는 그의 가족들의 유산을 다시 재통합한다는 의미 역시 크다.

현재 포르셰와 피에히 일가는 스포츠카를 생산하는 포르셰 지주회사를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고, 폭스바겐 지분 역시 50.76%를 보유 중이다.

한편, 폭스바겐의 재통합 계획은 최근 포르셰가 90억유러의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불거졌다. 포르셰는 최근 부채 재융자에 성공했지만 올해 부담해야 할 이자가 5억유로로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포르셰는 2억8000억유로 규모의 배당금과 운영이익 등으로 올해 부채에 대한 이자 상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경기후퇴에 따른 판매 급감과 폭스바겐 지분 인수 시도로 경영 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태다. 폭스바겐이 향후 추가적 배당을 계획하지 않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포르셰가 폭스바겐 옵션 거래로 680억 유로에 달하는 수익을 내면서 주목받았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이 장부상의 이익에 불과해 현금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결국 포르셰가 빚을 갚기 위해 폭스바겐의 107억유로에 달하는 순수현금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폭스바겐에게도 장애물은 있다. 포르셰의 가치 측정이 60억~90억유로 사이로 광범위한데다 폭스바겐 지분 20%를 가지고 있는 독일의 로어 삭소니주가 폭스바겐의 시도를 지지할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로어 삭소니주는 폭스바겐이 포르셰를 지원하기 위한 현금 사용에도 난색을 표시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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