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부활한 달러..유럽 부진 `반사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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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현지시간) 유로화 대비 달러 가치는 1.5005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한 때 1.4998달러를 기록하며 달러는 2000년 9월6일 이래 최대폭으로 오르기도 했다.
이달 들어서만 유로대비 달러 가치는 3.6% 올랐다. 반대로 한 달 전만해도 1.60달러의 가치를 가졌던 1유로는 이제 1.50달러밖에 안된다. 지난 2월말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달러는 선전하고 있다. 이날 달러/엔 환율은 110.2엔을 기록했다. 엔 대비 달러 가치는 일주일 사이 2.6% 상승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6개 주요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지난 주 3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달러 가치 상승은 자체 펀더멘털에 기인한 것이라기 보다는 반사적 결과라고 할수 있다. 유럽 및 일본 경제의 고전이 달러 가치를 상대적으로 올려놓고 있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강경하게 긴축 방침을 고수해 왔던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7일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5개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고 밝힌 것이 불붙고 있는 `유로 하락-달러 상승` 추세에 기름을 부었다.
ECB의 이같은 판단에 추가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며, 오히려 금리가 인하될 수도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며 투자자들은 유로를 버리고 달러를 사들이게 됐다.
지난 7월에도 ECB가 금리 인상을 했지만 오히려 달러가 오르는 상식을 뒤엎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유럽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깊다는 방증이다. 관련기사 ☞ (포스트 ECB)②달러추락, 브레이크 걸릴까
이런 가운데 오히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금리 차이에 의한 달러 매수가 촉발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UBS에 따르면 오버나잇인덱스스왑(OIS) 시장에선 FRB가 금리를 0.78%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경제도 침체 기미를 보이면서 엔 가치 하락, 이에따른 달러 가치 상승 추세에 불을 붙이고 있다. 정부 관료들은 최근 잇따라 일본이 경기후퇴(recession)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가가 내리고 있는 것도 달러 강세의 요인 중 하나. 상품 가격의 고공행진에 베팅했던 투자 자금이 이렇게 유럽, 일본 등 전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요가 줄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를 청산하고 "달러를 사두자"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베어스턴스 사태`나 `빅2 모기지 사태`가 결과적으로 방어되며 미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 회복으로 향해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달러 가치 상승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스의 외환 스트래티지스트 마크 챈들러는 "달러 약세장은 끝났다"며 "수년 간 이어질 달러 강세장이 개시됐다"고 단언했다.
소시에테 제너럴(SG)의 데이비드 데드도쉬는 "더 광범위한 조정이 일어나면서 달러 가치는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세계 경제가 미국과 달리 갈 것이라던 디커플링(decoupling)론이 주조였을 때 달러는 수 년래 최저치까지 빠졌다"면서 "그러나 이런 가정은 금융자산 가격에 있어 상당히 근거가 미약한 가정이었다"고 말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율리히 로이츠먼은 "달러는 마치 불사조처럼 오를 것이며, FRB에 있어 달러는 짐이 아니라 오히려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심리가 180도 바뀌고 있다"며 "시장은 미국 경제가 현 위기에서 매우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