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사건 보완수사 해보니…28억 안 갚으려고 ‘강도 살인’

대검찰청 2월 형사부 우수 업무사례 4건 선정
통화녹음 2000개 분석해 ‘살인’→‘강도살인’ 적용
  • 등록 2023-03-20 오전 10:33:45

    수정 2023-03-20 오전 10:33:45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대검찰청이 동업자 살해 혐의로 송치된 살인 사건에서 범행 동기를 규명하기 위해 약 2000개의 통화녹음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한 수사팀을 2월 형사부 우수 수사사례로 선정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2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제3부 권현유(사법연수원 34기) 검사와 이세종(38기, 현 중앙지검) 검사는 경찰에서 동업자를 살해한 혐의로 송치된 살인 사건에서, 범행 동기를 규명하기 위해 주거지와 사무실 압수수색 등 직접 보완수사를 진행해 피고인이 소위 ‘돌려막기’ 과정에서 피해자를 상대로 저지른 사기 범행의 단서를 확인했다.

이에 구속기간 제한으로 ‘살인’으로 기소한 후 보완수사를 계속해 피해자와의 5년간 관련 계좌 23개 거래내역, 메시지 내역, 약 2000개의 통화녹음 등을 분석하고 관련자들을 조사한 결과, 피해자에 대한 사기 및 약 28억원의 채무를 면탈하고자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을 밝혀내 ‘강도살인’으로 공소장을 변경하고, 사기죄를 추가 기소했다.

이 외에도 성남지청 형사제2부 송정은(35기) 검사와 변형기(변시 10회) 검사는 단순 중고 물품 사기로 송치된 사건에서, 피해상황에 대한 충실한 보완수사를 바탕으로 경찰 신고에 보복하기 위해 수회에 걸쳐 범행에 취약한 여성 피해자들을 협박하고 피해자의 주거지에 후불로 음식을 배달시키고 스토킹까지 한 범행을 밝혀 피고인을 직접 구속 후 기소해 우수 사례로 꼽혔다.

또 가스라이팅과 폭력으로 피해자에게 약 2500회의 성매매를 강요하고 5억원에 달하는 성매매 대금을 착취한 사건에서, 직접 보완수사해 성관계 촬영, 성매매약취, 스토킹 등 추가 범행을 밝히고 검찰시민위원회 개최를 통한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공범 2명을 추가 구속하고, 중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 보호·지원에도 만전을 기한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 조사부 장일희(35기) 검사와 이경아(변시 2회) 검사도 우수 수사사례의 주인공이 됐다.

아울러 시동생이 지적장애가 있는 형수에게 지급된 형의 사망보험금 2억3500만원을 횡령해 친고죄인 사건에서, 처벌불원서가 제출돼 기소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으나, 정읍지청의 국원(36기) 검사와 진동화(변시 6회) 검사는 피해자가 지적장애로 의사능력이 없고 법정대리인도 없는 사실을 확인한 후 그동안 잘 활용되지 않던 ‘형사소송법’의 ‘지정고소인’ 제도를 적용, ‘피해자의 국선변호인’을 고소인으로 지정 후 고소장을 제출받아 기소해 우수 수사사례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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