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산불에 시름하는 유럽…이재민·사망자 속출

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크로아티아 등 수일째 산불
산불 이재민 프랑스 1.4만명·스페인 3200명·모로코 1200명
유럽 전역서 폭염…포르투갈 47도까지 치솟아 360명 사망
영국·스페인 등 폭염경보…낙석 위험 알프스 등반도 제한
  • 등록 2022-07-18 오전 9:48:23

    수정 2022-07-18 오전 9:48:2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 전역에서 폭염에 따른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 남서부와 지중해 연안에서는 산불까지 발생했다. 기온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고, 산불을 피해 달아난 이재민이 수만명 발생했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주에서 소방대원이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AFP)


17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주(州)에서 발생한 산불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다. 1200명이 넘는 소방대원이 진화에 나섰지만 불길은 잡히지 않고 랑디랑스 등 다른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현재까지 약 1만 4000명이 대피했으며, 산림피해 규모는 1만 500헥타르(105㎢)에 달한다. 한 지역 주민은 “묵시록 이후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포르투갈에서도 북동부 지역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3만헥타르(300㎢)의 숲이 소실됐다. BBC는 현재 이 지역의 산불은 진압됐지만, 2017년 여름 이후 최악의 화재라고 전했다. 스페인 남부 지역에서도 산불로 3200명이 대피했고 7400헥타르(74㎢)의 산림이 피해를 입었다. 이외에도 모로코에서 1200명 이상이 대피했고, 그리스 크레타섬과 터키 서남부 지역, 크로아티아 아드리아해 인근, 터키 남서부 등지에서도 여전히 산불 진압이 진행되고 있다.

당장 산불도 문제지만 유럽 전역은 폭염에도 시달리고 있다. 포르투갈에서는 지난주 기온이 47℃까지 치솟으며 659명이 사망했다. 대부분이 고령자다. 스페인 기상청은 이날 폭염경보를 발령했다. 지난주 스페인 최고 기온은 45.7℃로 10~15일 360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영국 기상당국도 18~19일 사상 처음으로 기온이 40℃까지 오르고, 일부지역에선 41℃에 달할 것이라며 폭염주의보를 내렸다. 영국에서는 매년 약 2000명이 폭염으로 목숨을 잃고 있으며, 역대 최고 기온은 2019년 38.7℃다. 프랑스 기상청은 이날 남부 지역 최고 기온이 41℃에 이르고, 18일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알프스 등산객에서는 높아진 기온때문에 낙석 위험이 있다며 등반을 피하라는 당부가 잇따르고 있다. 이달초 한여름에도 만년설을 구경할 수 있는 알프스산맥의 한 산봉우리에서 빙하 덩어리가 녹아 붕괴해 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산 정상의 온도는 10℃에 달했다.

대형 산불은 기상이변에 따른 극단적인 폭염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올 봄 이례적으로 건조하고 더웠던 탓에 산불 발생 시기가 앞당겨졌다”면서 현재 진행중인 산불을 진압하더라도 지속되는 폭염과 가뭄으로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산불이 발생한 지역 중 상당수가 휴양지여서, 산불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 이외에도 코로나19 규제 해제 이후 기대됐던 관광산업 등 경제적 피해도 큰 상황이라고 BC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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