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진단)⑤국민은행, 흔들리는 리딩뱅크

3분기말 BIS비율 한자릿수 추락..자본 확충 불가피
뒤늦은 대출경쟁 가세..부동산 부문 비중 커
카자흐스탄 BCC 추가자금 지원 여부 변수
  • 등록 2008-11-06 오후 1:30:03

    수정 2008-11-06 오후 4:55:51

[이데일리 배장호기자] 한국의 리딩뱅크인 국민은행마저 시장을 실망시켰다. 지난달 30일 KB금융(105560)지주 기업설명회(IR)을 통해 발표된 국민은행의 3분기 실적은 나쁘리라던 시장의 예상보다 더 나빴다.

예상대로 이익 감소세가 빠르게 진행 중이었다. 국민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568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0.7% 감소했다. 인도네시아 BII 은행 지분 매각으로 2358억원의 특별이익을 보탰지만 역부족이었다.

자본 적정성과 자산 건전성 유지도 낙관할 상황이 아니었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자사주 매입 등으로 3조4000억원의 자본을 쓴 탓에 자본 적정성 지표인 BIS비율이 한자릿수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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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건전성을 자랑하던 이 은행의 자산도 2분기를 기점으로 다시 악화되고 있다. 본격 악화가 예상되는 실물경기와 다소 빨랐던 은행의 자산증식 속도는 향후 자산 부실화 가능성을  예단케 한다.

IMF를 거치며 꿰찼던 리딩뱅크의 위상이 최근 흔들린다는 얘기도 나온다. 피할 수 없는 국내 은행산업의 시련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따라 리딩뱅크의 아성이 무너질 수도, 더 단단해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 괜찮다는데도 불안한 이유들

최근 은행은 물론 국가부도 위험도까지 치솟게 했던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문제는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와의 통화스왑 등을 통해 상당부분 해소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발벗고 나서 해결해 주겠다는 강한 의지가 대외에 표출되면서 치솟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도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물론 안정의 촉매가 됐던 통화스왑은 기한이 내년 4월로 정해진 짧은 계약이다. 따라서 외화유동성 문제가 완전 해결됐다고 선언하기 위해서는 이 기한 내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돼야 한다.

한국만 달러가 모자란 상황이 아닐 뿐더러 FRB도 이 달러대출의 수익성에 눈감은 채 한국의 사정만 무한정 봐줄 수는 없을 것이다.

명실상부한 한국의 리딩뱅크로 군림해 온 국민은행의 BIS비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졌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올 3분기 말 기준 BIS비율은 9.76%. 국민은행의 BIS비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지기는 지난 2003년 4분기 이후 무려 19분기만이다.

은행은 지주사 전환을 위한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국민은행이 보유 중인 자사주 규모는 4조2000억원 규모. 지분율로는 20.7% 정도다. 올 초 주가 부양을 위해 9800억원, 지주사 전환을 위한 주식매수청구권 대응에 2조4000억원, 기존 자회사 보유분을 지주사 주식과 맞교환하는데 8000억원 정도를 썼다.

KB지주는 향후 6개월 내에 자사주 지분의 최소 5% 이상을 팔아 은행 BIS비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현갑 KB지주 부사장(CFO)은 "지금 시가로 팔아도 BIS비율을 최소 0.5% 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며 "나머지 15% 지분까지 팔 수 있다면 BIS비율 문제는 즉각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의 시장 여건이 이러한 자본확충 계획에 부응해 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자산 부실화와 이에 따른 자본 확충에 대비해야 할 시점에 왜 굳이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강행했는지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국민은행의 자산 건전성에 대한 평가는 쉽지 않은  대목이다. 모든 국내 은행들이 그렇듯 국민은행 역시 보유 자산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차단돼 있다. 심지어 국내 신용평가기관들 조차 국내은행들의 대출자산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부실화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일방적으로 던져주는 전체 대출자산의 연체율, 고정이하 여신비율 등을 토대로 등급을 매길 수 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국내 은행들에 대한 시장의 시각과 신용평가사들이 은행채에 매기는 등급간에 정서적인 불일치가 생긴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제2의 IMF` 가능성 까지 회자되던 시점이었음에도 신평사들의 은행채 등급은 `AAA`로 요지부동"이라며 "이는 제한된 데이터만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는 국내 신평사들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본래 불안감의 근원은 불확실성"이라며 "감춘다고 은행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해소되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 `끝물이어서 더 쓰다`

과일도 제철이 지나 끝물로 갈수록 품질이 나쁜 법이다. 금융회사의 대출자산도 신용팽창의 막바지에 늘린 것이 더 부실화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국민은행은 전통적으로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여신 포트폴리오를 유지해 오고 있다. 기업여신에 비해 가계여신의 부실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경험칙상 국민은행은 상대적으로 보유자산 부실화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해도 틀리지 않다.

실제로 국민은행 대출 자산의 올 3분기말 현재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0.79%, 요주의 이하 여신비율은 1.46%에 그칠 정도로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최근 1~2년새 국민은행이 보여준 대출자산 성장 내역을 들여다 보면 `과연 안심해도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일단 대출자산 성장세가 뒤늦게 가팔라졌다. 2002년 이후 올 반기말까지 국민은행의 대출자산 성장률(반기 기준)은 일반은행 평균보다 낮았다.
 
특히 2003년부터 2006년 중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정도로 보수적인 영업을 해왔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시중은행 평균을 웃도는 대출 성장률을 이어오고 있다.

모 증권사 크레딧애널리스트는 "현재의 낮은 연체율을 근거로 문제없다고 진단하는 것은 넌센스"라며 "원래 대출 확장기에는 연체율이 낮은게 당연한데, 문제는 대출자산을 줄여나가야 하는 지금부터"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대출 확대 경쟁에 뒤늦게 뛰어들수록 자산의 부실화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례로 지난 2003년 카드채 사태 당시도 늦게 경쟁에 뛰어든 카드사의 부실이 더 극심했었다.

국내 실물경기 위축의 뇌관이 된 건설 부동산 부문에 대한 국민은행의 대출 비중이 큰 것도 우려스럽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은행의 건설 부동산 부문(건설업,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 규모는 24조2000억원으로, 이 부문 일반은행 전체 대출 88조5000억원의 27.3%에 달한다. 특히 각 행별 기업여신 내 건설부동산 부문 여신비중은 국민은행이 30.5%로, 일반은행 평균 23.8%보다 훨씬 높다.

최근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6월말 현재 국내 금융권이 보유한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97조1000억원(ABS포함)으로, 이중 국민은행이 11조20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11조8000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다.

◇ 카자흐 센터크레디트은행 인수, 추가 자금부담 없나

국민은행이 카자흐스탄의 6위 은행 `뱅크크레디트센트럴(BCC)`을 인수키로 한 결정은 과연 잘한걸까. 국민은행은 이미 BCC 구주 지분 23%를 인수했고, 올해 내 신주 인수를 통해 지분 7%를 추가로 늘릴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지분 과반 이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카자흐스탄의 금융환경이 돌발변수다. 지난 몇년새 중앙아시아 지역 신흥 중심지로 부상한 카자흐스탄이지만 최근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로 금융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달에는 카자흐 정부가 외화유동성 부족과 치솟은 대출 연체율로 어려움에 처한 상위 4대 은행에 대해 긴급 구제에 나섰다. 달러 등 현금을 지원하는 대신 은행 지분의 25%를 정부가 확보했다.

이 긴급구제 프로그램에서 BCC를 포함한 하위 은행들은 제외됐다. 카자흐 정부로서는 5위 FTA, 6위 BCC 등 외국계에 팔린 은행들에 대해서는 해당 대주주의 지원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결국 국민은행으로서는 BCC에 대한 자금 지원 가능성을 새로운 걱정거리로 떠안게 됐다. 하지만 국민은행측은 올해 내 신주 발행을 통한 자본 투여(7% 지분) 외에 별도의 자금 지원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여타 은행들에 비해 BCC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신현갑 KB지주 부사장은 "이번에 카자흐 정부로부터 긴급 구제를 받은 4대 은행들의 경우 대출 연체율이 최대 10% 이상 치솟는 등 자산 건정성이 나쁘지만, BCC는 카자흐에서 가장 견실한 은행으로 대출 연체율도 이들 은행들보다 훨씬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카자흐 주택경기 하락의 중심인 알마티 지역 내 자산이 40% 이내로 여타 은행들에 비해 분산도 잘 돼 있고, 대출 자산에 대한 충당금도 6.8%를 쌓아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자흐 은행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외화유동성 문제에 대해서도 "BCC의 경우 이미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 5억달러 전액을 상환했고,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는 9000만달러 정도에 불과해 외화유동성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의 실물 경기가 본격 하락기에 접어든 부분은 BCC 역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경기 하락 속도에 따라 자산 부실화 가능성이 예상보다 증가할 수 있고, 이에 따른 국민은행의 자금지원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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