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신뢰가 위협 당하고 각종 비리에 관한 조사압력이 커지면서 월가 투자은행들은 매도, 매수, 보유 등 투자등급 체계에 대해 최근 전면 개편에 나섰다.
이번 주초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은 투자등급을 기존의 4단계에서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중립(Neutral)-시장수익률 하회(Underperform)3단계로 축소했다.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모건스탠리, 프르덴셜증권 등도 이에 앞서 투자등급을 일제히 재편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월가의 증권사들은 여전히 "매도(sell)" 추천을 내는데 주저하고 있다.
톰슨파이낸셜/퍼스트콜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분석가들이 낸 투자의견 중 3% 만이 매도범위에 편입됐다. 주식시장이 침체되기 바로 직전인 지난 2000년 초기의 매도 추천 비율 1% 미만에 비해서는 다소 나아졌지만, 퍼스트콜의 분석가인 척 힐은 "변화한 것은 거의 없다"고 논평했다.
퍼스트콜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 가운데 매도추천을 가장 활발히 하고 있는 곳은 모건스탠리다. 모건스탠리는 918개 종목 가운데 21%에 대해 투자등급 3단계 중 가장 낮은 수준인 시장수익률 하회(Underperform) 의견을 냈다. 그러나 메릴린치의 경우는 이 비율이 5.8%를 기록했고 CSFB는 0.4%에 불과했다.
반매도(antisell)에 대한 편견은 투자은행 업무와 무관한 독립 증권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프루덴셜은 매도 추천을 독려하고 있으며 심지어 광고를 통해 경쟁사에 비해 매도 추천을 많이 한다고 강조하고 잇으나 실제로 이 증권사의 매도추천 비율은 3.5% 정도에 머물고 있다. 샌포드번스타인 증권의 경우 단지 2%만이 매도등급이며, 제라드클로어매티슨(Gerard Klauer Mattison)의 경우 매도등급은 전무한 실정이다.
월가 분석가들의 견해가 과거보다 비관적으로 변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단순히 투자등급 만을 볼 것이 아니라 행간을 읽어야 한다고 WSJ은 강조했다.
오늘날 매수추천은 전체 기업중 61%정도로 주식시장이 한창 뜨거웠던 지난2000년 3월 직전 72.6%보다 줄어들었다. 그러나 멀텍스의 통계에 따르면 보유 등급은 지난 2000년 9월 26.2%에서 35%로 늘어났다. 멀텍스의 머크 거스틴 분석가는 "보유 추천은 많은 경우 비공식적인 매도로 풀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아직까지 과감하게 매도판단을 내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뿐 아니라 월가의 투자등급시스템은 개인 투자자들에겐 난해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메릴린치는 오는 9월부터 간단하게 투자등급을 정비할 계획이지만 기존에는 C-1-1-7와 같은 복잡한 숫자와 문자를 사용해왔다. 골드만삭스도 올해 말까지 투자등급을 손질, 5단계 등급을 3단계로 줄일 계획이지만 여전히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한편 전미증권업협회(NASD)와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증권사가 투명한 분석자료를 만들도록 좀더 강력한 규제를 가할 방침이다. 따라서 증권사들은 향후 투자등급을 매길 때 이에 대한 자세한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멀텍스의 거스틴 분석가는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조치를 반기고 있다"며 증권사들은 매도등급에 대한 진단을 늘리도록 압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퍼스트콜의 힐 분석가도 "이제 증권사들도 매수만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