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지영의 기자] A기업은 3년 전 수도권 한 물류창고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했다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물류창고는 최근 업황 악화와 이에 따른 가치 하락 등으로 인해 펀드 만기 직전에 결국 매각이 무산됐다.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돌려줄 수 없게 돼 펀드 청산이 미뤄지자 운용사는 펀드 만기 연장을 시도했다. 하지만 투자자 중 일부인 A기업이 물류창고 투자에서 손을 떼길 원하면서 운용사와 A기업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던 물류센터가 이제는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주문이 폭증하면서 급성장했지만 고금리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공급과잉까지 겹치면서 공실률이 치솟고 투자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물류센터 인허가를 받아놓고도 착공하지 못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이어지고,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겪고 있는 PF 시장에 돌을 던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
10일 JLL코리아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한국 물류 투자 시장 규모는 약 8850억원으로 전년비 46% 감소했다. 투자는 줄고 있지만 공급은 여전히 과잉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마스턴투자운용이 파악한 올해 3분기까지 수도권 물류센터 공급량은 약 130만평으로 이미 지난 한 해 동안 기록했던 공급량을 초과했다.
물류창고는 코로나19로 인해 쿠팡, 컬리 등 온라인 배송업체가 급성장하면서 함께 호황기를 맞았다. 특히 상온 물류센터보다 개발원가 대비 임대료가 높은 저온 물류센터 개발이 급증했다. 하지만 공급량 만큼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저온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공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곳곳에서 물류창고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운용사들은 공사비, 금융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물류센터 개발을 중단하고 있다. 사업 인허가까지 받았지만 착공을 잠시 미루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물류센터가 인기를 끌 당시 투자를 위해 조성했던 펀드 역시 만기가 도래하고 있음에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거나 잔금 납입 지연 등의 문제로 기한이익상실(EOD) 발생이나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배송 시장 성장 둔화와 함께 물류창고 공급 과잉이 당분간 이어지면서 이를 둘러싼 시장 잡음 역시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브릿지론이 물류 센터,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등으로 많이 투입됐다”면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고 특히 물류센터 중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원활히 이뤄지는 곳은 5개 중 한 개 꼴밖에 되지 않아 조만간 터질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