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인기…덴마크 제약사, LVMH 제치고 '유럽 시총 1위'

'위고비'·'오젬픽' 내놓은 노보 노디스크 시총 566조원
5년간 주가 4배, 올해만 41% 급등…LVMH 시총 추월
머스크 등 유명인 비만치료제로 알려지며 수요 폭발
  • 등록 2023-09-05 오전 11:17:13

    수정 2023-09-05 오후 7:28:0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가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유럽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으로 올라섰다.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가 전 세계적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덕분이다.

(사진=AFP)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덴마크 증시에 상장된 노보 노디스크의 주가는 이날 전거래일대비 0.74% 오른 1310.80크로네에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달러화 기준 4280억달러(약 566조원)로 불어났다. 이는 프랑스 증시에 상장된 유럽 증시 시총 1위 LVMH(4190억 달러·약 554조원)를 넘어선 것이다. LVMH 주가는 이날 전일보다 0.41% 하락한 772.60유로에 거래를 마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클로에 카다시안 등의 비만 치료제로 알려지며 유명세를 탄 ‘위고비’와 또 다른 비만 치료제 ‘오젬픽’의 수요가 급증한 것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위고비는 2021년 6월 미국을 처음으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에서 출시됐으며, 이날 영국에서도 판매가 개시됐다. 위고비와 오젬픽은 미국에서 일부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국 온라인 약국 체인 ‘심플 온라인 파머시’ 웹사이트에선 이날 출시 소식이 전해진 뒤 5만명 이상이 위고비를 관심 상품으로 등록했다.

이에 따라 노보 노디스크의 글로벌 매출이 연간 1300억~1400억달러(약 172조~185조원)에 이를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당뇨 및 체중감량 신약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최대 규모다.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당료 치료제 시장에서는 30% 이상의 점유율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회사의 전체 매출액 가운데 두 부문의 매출은 88%에 달한다.

지난달 초 위고비가 비만뿐 아니라 심장 질환의 위험도를 20%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도 노보 노디스크의 주가 상승에 기여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주가는 2018년 이후 5년 만에 4배 이상 급등했고, 올해에만 4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주가상승률 역시 LVMH(14%)를 상회한다.

위고비와 오젬픽의 체중 감량 효과는 최소 5%, 최대 2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노보 노디스크는 앞으로 출시될 두 치료제의 개량판은 감량 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에서 비만 치료제를 복용하는 사람이 향후 10년 간 5배 급증해 24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미국 전체 인구의 약 7%, 텍사스주 전체 인구와 맞먹는 규모다.

한편 노보 노디스크의 약진이 식품 및 주류 업계에는 그닥 달가운 소식이 아니라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위고비와 오젬픽이 음식은 물론 주류를 비롯한 중독성 물질에 대한 욕구도 억제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 조사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를 복용하는 동안 주류 섭취량이 62%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평소 술을 잘 안마시는 경우엔 22%가 완전히 술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비만 치료제 복용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025년까지 미국 내 주류 소비는 1.8%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미 주류산업(1970억달러·약 261조원) 기준 약 35억달러(약 4조 6300억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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