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프랑스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에너지 안보 강화 차원에서 전력공사(EDF)를 국유화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좌파세력을 포섭하려는 정치적인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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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이날 하원 연설에서 정부가 보유한 EDF 지분을 기존 84%에서 100%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지분 확대 방법이나 시기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보른 총리는 EDF를 국유화하게 되면 러시아 등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원자력 에너지와 재생 에너지를 중심으로 “야심 차고도 필수적인” 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의 문 앞에서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평화라는 게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면서 치솟는 에너지 가격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유화가 진행된다면 재정난을 겪고 있는 EDF의 자금 조달은 좀 더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EDF는 내년 총 520억유로(약 69조2000억원)를 투자해 신규 원자로 6개를 건설할 예정인데, 해당 사업 자금을 비교적 저렴하게 조달하는 데 시장 신뢰도가 높은 정부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국유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EDF의 고질적인 문제인 △정부의 전기 요금 상한제와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의한 구조적 적자 △기존 56개 원자로의 부식으로 낮아진 생산성 △오랜 기간 지연되고 있는 영국 등 원자력 프로젝트 등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FT는 짚었다. EDF는 올해 총 185억유로(24조6100억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라부아지에르 콘세일의 데니스 플로린은 “프랑스의 EDF 국유화는 전보다 안전한 재무구조를 제공한다는 장점 이상이 있고,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변화된 점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EDF의 국유화를 두고, 지난달 치러진 프랑스 총선 투표에서 범여권 중도연합 ‘앙상블’이 하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국정 운영이 어렵게 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노동계 중심의 좌파세력을 포섭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EDF에는 막강한 힘을 지닌 노조가 있고 이들은 국유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EDF 전 직원은 “EDF 국유화는 이미 프랑스가 EDF의 많은 지분을 확보한 상태였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것”이라면서 “일부 좌파들은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