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미국의회가 구글의 사업 분리를 주장하고 있는 유럽연합(EU)에 문제를 정치화시키지 말라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을 매우 이례적으로 구글 사업분리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 mission)이 구글에 대한 표결에 앞서 ‘우려를 담은 메모’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경쟁사의 손해와 잠재적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모든 과정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결과에 근거하고 정치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상원 금융위원회 내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도 합동 서한에서 “이번 표결은 미국 테크놀로지 기업 전체를 타겟으로 삼은 것”이라며 “EU의 합의사항을 시장에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표결은 유럽과 미국의 무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U 의회는 구글의 검색 서비스를 다른 상업적 인터넷 서비스들과 분리시키는 안을 놓고 오는 27일(현지시간) 표결을 앞두고 있다. EU는 유럽 검색시장의 90% 차지해 사실상 독점적 위치에 있는 구글이 유럽 내 군소업체들의 성장을 막고 있다고 우려해 구글의 광고 서비스와 검색 엔진을 분리시키면 독점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물론 결의안이 채택돼도 강제력이 없어 구글이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5년간 구글의 독점 여부를 조사해온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EU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도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 의회의 움직임은 굉장히 이례적이며 이는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얘기다. 전 반독점 정부관료 출신인 마리오 마리니엘로는 “점점 정치화되고 있는데 굉장히 나쁜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한편 EU의 새 경쟁 분과 대표위원 마가레타 베스타거는 구글과 관련해 밀려있는 케이스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다음 단계로 갈 것이라며 이 사안은 “매우 복잡하고 다각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