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칼 아이칸 연합의 주도 세력인 스틸파트너스가 지난 달 이사회 직후, KT&G 경영진에게 ‘미식축구 헬멧’을 소포로 보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이를 둘러싼 해석도 분분하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19일 KT&G 이사회에 참석했던 워렌 리히텐슈타인(41) 스틸파트너스 대표가 미국으로 돌아간 직후, KT&G 경영진에게 ‘미식축구 헬멧’을 선물로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칼 아이칸 연합이 KT&G 경영진과의 ‘한판’ 대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예컨대 지난 달 주총에선 KT&G가 ‘판정승’을 거두었지만, 내년 주총을 겨냥해 다시 한번 승부를 가르자는 ‘전의’를 전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식축구가 여타 경기에 비해 ‘룰’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는 스포츠”라며 “리히텐슈타인이 시장의 룰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겨뤄볼 것을 KT&G 경영진에게 간접적으로 피력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한판 붙자 vs 인사치레 선물
KT&G 관계자는 “경영진이 미식축구 헬멧을 선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상징하는지 깊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리히텐스타인이 지난달 이사회에서 경영진과 첫 만남을 가졌던 만큼, 아무래도 인사치레로 헬멧을 보내온 듯 싶다는 설명이다.
박경규 대한미식축구협회(KAFA) 회장은 “외견상으론 단순한 ‘선물’로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침 미국 슈퍼볼 스타인 하인즈 워드가 한국을 방문, 미식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상황이라, 이를 고려해 미식축구 헬멧을 선물로 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박 회장은 “(KT&G를 둘러싼)비즈니스 내막이야 알 수 없지만, 미식축구가 매우 ‘공정한 경기”이기 때문에, (칼 아이칸 연합이)싸움을 걸자는 의미로 헬멧을 선물한 것으로 확대해석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미식축구 헬멧은 좋은 선물축에 낀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스틸파트너스가 일본에서도 지분을 확보한 기업 경영진에게 ‘미식축구 헬멧’을 선물했던 것으로 언뜻 전해 들었다”며 “인사치레 정도의 선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 KT&G 주가관리에 신경써야 할 듯
한편 전문가들은 칼 아이칸 연합이 KT&G의 지분을 7.34%에서 7.66%로 추가로 늘림에 따라 KT&G로선 주가관리에 더욱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가가 빠질 경우 적대적 M&A세력들이 주식을 싸게 매집할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KT&G의 주가가 하락하면, KT&G의 우호주주들은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KT&G로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필요한 우호주주들의 지속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주가관리에 신경을 쓸 것이란 분석이다.
주식시장의 한 애널리스트는 “스틸파트너스의 경우 일본에선 현금이 많고 수익이 안정적인 곳을 골라서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투자행태를 볼 때 칼 아이칸 연합이 단기간에 치고 빠져 나가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KT&G에 접근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KT&G는 현재 외부 컨설팅을 통해 기업가치 극대화를 목표로 마스터플랜을 준비중이며, 이르면 7월이나 8월중 경영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