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와 제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는 시진핑의 1인 천하를 시작하는 무대가 됐다. 시 주석은 이날 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재선출됐다. 내년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계기에 시 주석이 국가주석도 3연임을 확정하면 당·정·군 ‘3권’을 다시 한번 장악하게 된다.
| 23일 모습을 드러낸 중국의 최고 지도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시진핑(제일 왼쪽) 중국 국가 주석, (윗줄 왼쪽부터) 왕후닝, 차이치, 자오러지, (아랫줄 왼쪽부터) 리시, 리창, 딩쉐샹 등이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중전회 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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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이 집권 3기에 들어 1인 체제를 완전히 굳히면서 사실상 임기가 15년이 아닌 20년, 영구 집권까지 가능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시 주석은 마오쩌둥의 신중국 건립,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장쩌민의 홍콩·마카오 반환처럼 업적을 만들기 위해 ‘대만의 통일’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날 20차 당대회 폐막식에서 공개된 당장(黨章·당헌) 개정안 결의문에는 “대만 독립을 단호히 반대하고 억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담겼다.
크리스토퍼 K. 존슨 중국전략그룹 대표는 “중국이 세계 질서를 바라보는 방식에 매우 중대한 변화가 나타난 것일 수 있다”며 “시 주석은 국제적 갈등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도 4명을 갈아치우며 모두 시 주석의 측근인 이른바 ‘시자쥔’(習家軍)으고 구성됐다. 특히 중국 권력의 전통적인 3대 파벌(상하이방·공청단·태자당)이 적절하게 상무위원에 배분되던 관례도 깨졌다. 시 주석은 태자당(太子黨·당정 최고 원로 자제들 파벌) 출신이고, 장쩌민 전 주석은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 출신 정·재계 인맥), 후진타오 전 주석은 리커창 총리 등과 함께 공청단(중국공산주의청년단)로 분류된다.
시 주석은 ‘부패와의 전쟁’을 통해 그동안 상하이방의 장쩌민 주변 인물들을 숙청해왔다. 이번 집권 3기에는 공청단 세력까지 모두 배제했다. 공청단파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아온 후춘화 부총리는 상무위 진출에 실패한 것은 물론 중앙정치국 위원(24명)으로도 뽑히지 못했다. 기존 상무위원중 공청단파인 리커창 총리와 왕양도 중앙위원 명단에 오르지 못하고 상무위원에서도 탈락했다. 전날 당 대회 폐막식에서 후 전 주석이 갑작스레 퇴장한 것을 두고 공청단이 배제된 것에 대한 불만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관례상 1중전회 기자회견 당시 입장 순서가 상무위원들의 서열을 나타내는데 2인자로 등장한 리창이 내년 3월 리커창 총리의 후임으로 발탁될 것이 유력해졌다. 리창은 시 주석의 비서장(비서실장) 출신인 ‘심복’으로 불린다. 3~4위로 등장한 자오러지와 왕후닝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을 나눠 맡게 될 것으로 추측된다. 리시는 이날 1중전회에서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로 선출됐고, 중앙 서기처 서기와 부총리 자리를 차이치와 딩쉐샹이 나눠 맡을 가능성이 있다.
중앙정치국 위원은 25명에서 24명으로 줄었다. 이번 정치국 위원에는 황쿤밍·천민얼·장여우샤 등 시 주석의 측근들이 여럿 포함됐다.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하면서 양체츠 외교 담당 정치국원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