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동의 안하면 떠나라'…2700만 페이스북 이용자 어쩌나

메타, 개인정보 이용 관련 6개 항목 '필수 동의' 요구
맞춤형 광고 표시 등 목적
"개인정보보호법 '제39조3 제3항' 위반 소지 커"
"국내선 각서 써라? 인도선 강요 안해" 이용자 반감
  • 등록 2022-07-24 오후 4:44:23

    수정 2022-07-24 오후 9:13:50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Meta)가 개인정보 처리 방침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내 2700만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맞춤형 광고 표시를 위한 개인정보 이용 등에 필수 동의하지 않으면 계정을 중단시키겠다고 통보하면서다. ‘강제 동의’ 논란이 커지자 정부도 나서 이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개인정보 처리 방침을 개편하면서, 지난달부터 개인정보 수집·이용과 관련된 6개 항목에 대해 이용자들이 동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분석, 맞춤형 광고 표시를 위한 개인정보를 비롯해 위치 정보 등을 필수로 수집하겠다는 것이다. 업로드한 콘텐츠, 마우스 움직임, 활동 시간 등 행태 정보가 포함된다. 메타가 정한 최종 시한은 다음 달 8일이다. 이후에는 모든 항목에 필수 동의하지 않으면 계정을 이용할 수 없다.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다.

메타 측은 “한국의 경우 일단 필수 동의를 한 뒤 추후 ‘설정’ 메뉴에서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선 탈퇴 움직임까지 일 정도로 반감을 사고 있다.

맞춤형 광고, 페이스북 핵심 서비스일까

법조계, 시민단체 등에선 메타의 이번 방침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근거가 되고 있는 조항 중 하나는 ‘제39조3 제3항’이다. 이 조항은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는 이용자가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 이외의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비스 제공을 거부해선 안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여기서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는 서비스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보를 뜻한다.

한국IT법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맞춤형 광고를 위해 요구하는 개인정보는 메타가 ‘소셜미디어’라는 본질적 기능을 수행을 위한 필수 정보와 무관하다”며 “이번에 서비스에서 배제되는 이용자들에게는 집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호웅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변호사도 “맞춤형 광고, 위치 추적이라는 목적이 과연 메타 서비스의 핵심 서비스 범위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며 “핵심 서비스 범위를 넘어서는 목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면 자유로운 동의가 주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효한 동의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일각에서는 “메타가 광고 플랫폼으로서 맞춤형 광고를 본질적 기능으로 주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매출의 98%(2020년 기준)가 광고에서 나오는 메타 입장에선 맞춤형 광고를 본질적 기능이라 내세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메타의 ‘핵심 서비스를 무엇으로 보느냐’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정보주체 입장에서는 소셜 미디어가 메타의 본질이지만 사업자 관점에서 메타는 광고 플랫폼일 수 있다”며 “이번 동의 정책 변경도 그런 점을 드러내놓고 개인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발표 자료 캡처


“인도는 거부 가능”…개인정보위도 법 위반 여부 조사

메타가 유럽연합(EU)·인도 등 달리 한국에서만 필수 동의를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미국·EU에선 동의를 강요하진 않고 있고, 인도는 한발 더 나아가 동의를 안 해도 이전과 똑같은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도에선 과거 왓츠앱이 유사한 정책을 발표했을 때 엄청난 반발이 있었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국내에서만 일종의 각서를 쓰라고 하는 셈”이라고 했다. 왓츠앱은 지난 2021년 이용자 정보를 페이스북과 공유하는 데 동의하는 정책을 내놨다가 4억50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의 강력한 항의에 부딪혔다.

메타는 이용자 반발 등에도 재차 동의 절차를 거치는 배경에 대해 “개인정보 처리 방침을 투명하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어떤 정보가, 어떤 목적으로 처리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또 “동의 절차는 한국의 개인정보처리 기대치를 맞추기 위한 수단”이라고도 했다. 기존처럼 일괄 동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이번 방침에서 보듯 개별적으로 동의를 받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가령 현재 페이스북의 경우 회원 가입을 할 때 기본정보만 넣고 ‘가입하기’를 클릭하면 약관, 개인정보보호 정책, 쿠키 정책 등에 동의하게 돼 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눌러 확인하게끔 하는 방식이다. 가입 시 약관, 개인정보 수집·이용, 위치 기반 서비스 이용 약관 등으로 나눠 필수·선택 동의를 받고 있는 네이버와 다르다. 물론 메타의 이번 정책 변경으로 회원가입 절차까지 바뀔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2월부터 주요 온라인 광고 플랫폼의 행태정보 수집과 맞춤형 광고 활용 실태를 점검해온 개인정보위도 메타와 관련한 조사에 나섰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메타의 동의 방식 변경 관련 내용도 조사 내용에 포함돼 있다”며 “개인정보보호법에 근거해 메타가 수집하는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서비스 제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보인지 중점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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