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코로나 백신 보도, 정부·전문가 궁지 몰아"

  • 등록 2020-12-18 오전 9:51:33

    수정 2020-12-18 오전 9:51:33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백신 확보를 문제 삼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여건을 생각하지 않고 정부와 전문가를 궁지에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AP
이 교수는 18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앞서 백신 확보가 늦다는 취지의 기사를 쓰는 매체에 대해 “어느 나라 기자인지 모르겠다”는 논평을 한 바 있다.

이 교수는 “백신과 관련돼 있는 정보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 국가들은 많이 없었고, 어떤 백신이 성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일들이 다 진행됐다”며 처음 맞는 감염병 상황에 나라마다 온전한 대처를 할 수 없었다는 점을 먼저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백신 연구 역량, 예산 등 차이도 거론했다. 이 교수는 “미국처럼 연구나 이런 부분도 발달돼 있고 예산도 많고 적극 행정을 할 수 있는 형태가 된 국가들은 연구단계부터 예산을 충분히 지원하면서 시작했고 우리나라 같은 경우 기술력 문제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가 예산을 만들고 하는 부분에서 미국이나 EU를 절대 따라갈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계가 분명히 있는데 그런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결과론적으로 왜 mRNA 백신들이 다 나와서 접종하는데 우리는 못 맞냐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며 “우리가 준비 안 한 부분들을 생각 안 하고 너무 정부나 전문가들을 궁지로 몰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언론에서 3, 4, 5월부터 기획기사를 만들어서 백신과 관련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되는가, 이런 부분을 강조를 했으면 되는데 전혀 그런 일 없이 백신 출시돼서 접종이 시작되니까 왜 우리는 그런 거 많이 못했어, 빨리 수입 못해,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게 어폐가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 대응 예산 집행 과정에서도 백신 선구매를 위한 예산 확보 등이 국회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뒤늦게 백신 확보를 문제삼는 정치권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교수는 “2009년 신종플루 이후에 그런 제도(백신 선구매가 가능한)를 계속 만들어야 된다고 10여년 넘게 주장했는데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신종플루 당시 백신 재고가 지나치게 많다는 이유로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병관리본부 징계까지 거론한 사례를 들었다.

이 교수는 “11월부터 접종이 시작됐는데 갑자기 유행이 감소하면서 제가 알기로 700만개 정도 남았다. 그때 백신이 남은 걸 가지고 다음해 2010년 국정감사 할 때 왜 수요예측을 잘못해서 백신을 버리게 하느냐라고 (질책했다)”며 “공무원 징계한다는 얘기까지 나왔고 심지어는 그 백신의 일부를 백신 개발회사에 넘겨서 손해를 보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당시의 기억이 보건당국 입장에서도 선뜻 백신 선구매에 나서지 못하는 유인이 되고 있다고 추측했다. 그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이번에 선구매를 했다가 만약에 백신이 남아 돌거나 선구매 하기로 한 백신이 실패해서, 이런 문제가 생기면 감당을 다 공무원들이 했어야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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