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진출 외국기업 "불안감에 사업철수 검토"

외국계기업·투자자들 은행 예금 일부 몰수 위기 처해
"불안정한 금융 환경에 신뢰감 잃어"
  • 등록 2013-03-25 오전 11:41:19

    수정 2013-03-25 오후 2:08:30

[이데일리 신혜리 기자]낮은 법인세와 느슨한 금융 규제로 키프로스에 몰려든 외국계 기업들이 이번 구제금융 사태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들은 키프로스에서 사업을 접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수 백개의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몇년간 낮은 법인세, 안정적인 금융시장, 법치주의적 환경 때문에 키프로스에 진출했지만 구제금융 사태로 문제를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키프로스에서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를 운영중인 캐나다 온라인 기업 ‘아비드 라이프 미디어’는 몇주전 키프로스에 사무실을 열고 유럽 사업을 본격 시작했지만 구제금융 사태의 불똥이 튀어 사업을 중단했다.

키쓰 라론데 아비드 라이프 미디어 대표는 “니코스 아나스티아데스 키르로스 대통령은 지난 2월 당선 당시 정당한 구제금융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키프로스 진출을 계속 진행했다”면서 “하지만 구제금융이 계속 이뤄지지 않아 우리는 한 순간에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했다”고 말했다.

키프로스 정부가 제시한 구제금융 방안에 따르면 현재 아비드 라이프 미디어가 키프로스 은행에 예치한 260만 달러(약 29억원)의 10%는 키프로스 정부측에 몰수될 수 있다. 또 라론데 대표가 가지고 있는 개인 펀드의 7% 가량도 세금으로 정부에 내야 할 처지다.

현재 키프로스의 모든 은행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자동화기기로 인출할 수 있는 현금 액수도 한정돼 있다. 아비드 라이프 미디어는 온라인 결제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더 이상 사이트를 운영할 수 없다.

라론데 대표는 “우리는 현재 패닉 모드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외국인기업과 투자자들이 키프로스에 머무를수 있겠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유럽 지역에서 가장 낮은 법인세를 자랑했던 키프로스는 최근 사태로 법인세를 기존 10%에서 12%로 올릴 계획이다. 12%의 법인세는 유로존 지역에서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조세피난처’로 남기 위해서는 금융 안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현재 키프로스에는 아비드 라이프 미디어 뿐 아니라 KPMG,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룩오일 등 오랜기간 사업을 펼친 회사들도 이번 구제금융 사태에 갈등을 겪고 있다. 키프로즈 정부가 이 회사들 예치금의 10% 가량을 세금으로 매겨 재정을 확충할 계획을 내놓았기 떄문이다.

키프로스 의회는 100억 유로(약 14조5000억원)의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고액 은행 예금에 10%까지 과세해 58억 유로의 재정을 확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협상안을 구상했다.

이 같은 키프로스 정부 결정에 외국 기업들과 투자자들은 불쾌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비드 라이프 미디어 토론토 대표는 “키프로스 정부는 우리 회사 예금을 자기들 돈처럼 마음대로 사용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앞으로 매일 500 유로의 예금을 인출해 키프로스에 예치된 모든 자금을 다시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키프로스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앙카 클리멘티 씨도 “보통 한 국가가 구제금융을 받을 때는 정부나 주변국 도움으로 해결을 하지 않느냐”면서 “키프로스가 개인의 돈까지 뺏어갈지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키프로스는 사람들의 돈을 훔쳐가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덧붙었다.

현재 대다수 외국계 기업들은 키프로스 은행들이 다시 영업에 들어가는 26일 모든 혜금을 인출해 영국 런던이나 북미 계좌에 이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하지만 현재 키프로스 정부는 뱅크런을 막기 위해 예금 인출과 관련해 규제조치를 취할 예정이어서 이 같은 계획이 실행될 지는 미지수다.

라론데 대표는 “키프로스에서 계속 사업을 할 수 있겠지만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은 지우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무너진 키프로스의 재정 기반은 복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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