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펀드운용사 `한국시장 철수설`로 곤혹

AIG·얼라이언스번스타인·블랙록운용등 철수說
회사측 부인..금감원 "폐지인가 신청한 곳 아직 없어"
  • 등록 2008-12-15 오후 2:52:22

    수정 2008-12-15 오후 2:52:22

[이데일리 김유정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외 펀드시장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신생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한국시장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다.

15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AIG자산운용, 얼라이언스번스타인자산운용, 블랙록자산운용 등 올들어 새롭게 국내 자산운용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의 철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해외본사도 금융위기로 적지않은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급락세를 타던 시기에 한국시장에 진출해 이렇다할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외국계운용사들은 투자자문사 혹은 사무소 형태 등을 거쳐 지난 7월 공통적으로 국내 자산운용업 인가를 획득했다.

AIG자산운용은 2000년 투자자문사로 설립돼 지난 7월 자산운용사로 전환했다.

AIG자산운용은 국내 시장에서 공모펀드를 운용하고 있지 않아 개인 투자자들에게 인지도는 높지 않다. 주로 기관들과 투자자문 계약을 맺어 사모형태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AIG자산운용 관계자는 "당초 공모펀드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미루고 있다"면서 "한국시장 철수와 관련해 본사로부터 전달받은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AIG자산운용과 함께 같은 시점에 자산운용업 인가를 받은 얼라이언스번스타인자산운용도 한국시장 철수설이 제기되면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자산운용은 미국계 자산운용사로 운용자산 기준 세계 10대 운용사에 포함될 정도로 글로벌 자산운용시장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자산운용은 지난 7월 설립이후 이렇다할 펀드 신상품 출시 등을 볼 수 없이 조용한 행보를 걷고 있는 상태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자산운용은 내년 1월께 신상품 론칭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얼라이언스번스타인운용의 뉴욕 본사측은 "한국은 당사에 중요한 전략적 시장이다"며 "한국에서 영업을 중지할 계획은 없다"고 공식 답변했다.

블랙록자산운용측 역시 철수설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양성락 블랙록자산운용 대표는 "자산운용사들 중 특히 신생 자산운용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철수를 고려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서브프라임 충격에 세계 유수의 금융사들이 흔들리는 가운데도 블랙록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며 "시작하자 마자 어렵다고 그만두는 회사였다면 오늘날의 블랙록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 사이클을 볼때 이제 겨우 한 사이클을 지낸 지금 철수할 이유는 없다"며 "시장이 안정되면 다시 활발한 영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블랙록자산운용은 최근 타 외국계 자산운용사들과 마찬가지로 일부 구조조정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운용사의 확인되지 않은 한국시장 철수설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생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폐지 인가를 신청하거나 문의한 곳은 아직은 없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말에는 해외펀드 비과세 폐지가 예정돼 있고, 해외펀드 수익률 악화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해외펀드의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체 운용능력이 없이 그동안 해외본사의 미러펀드 위주로 판매해온 외국계 운용사의 경우 내년 사업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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