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 찰스 프린스에게 씨티그룹 후계자 자리는 내주고 10년간 절치부심했던 `양자` 제이미 다이먼(52) JP모간 체이스 회장이 씨티그룹을 제치고 JP모간을 세계 1위 은행에 올려놓겠다는 야심을 뚜렷이 드러냈다.
다이먼 회장은 지난 16일 JP모간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미국 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인수가 또 다른 은행을 인수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확실히 했다.
웨일 전 회장의 손과 발이 돼, 씨티그룹의 큰 그림을 그렸던 다이먼 회장은 그의 꿈을 실현할 적기를 만난듯 하다. ☞관련기사: (정명수의 월가 키워드) Mentor
◇JP모간, 상환우선주 60억弗 발행…`인수 실탄용?`
이 자금은 손실을 메우기 보다 기업의 인수자금으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 다이먼 회장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낙관하고 있고, JP모간의 역량을 자신했다.
JP모간은 신용위기 손실로 현재까지 자산 가치를 총 100억달러 상각했고 지난 1분기에 홈 에쿼티 론 채무불이행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11억달러를 쌓았지만, 다른 금융사에 비해 누적 상각 규모는 큰 편이 아니다. 또 비자 지분 매각 대금 15억달러로 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
JP모간의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48억달러에서 24억달러로 절반으로 줄긴 했지만, 2분기 연속 100억달러대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 씨티에 비해선 양호한 상황이다.
다이먼 회장은 전일 1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신용시장 위기가 거의 끝났다"며 "금융사가 레버리지 비중을 줄이면서 신용위기가 80%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인수를 실행할 경영팀과 시스템 그리고 지원부서를 갖췄다"며 "그것이 일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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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연속 적자를 낸 워싱턴 뮤추얼은 사모펀드의 자금 70억달러를 수혈받아, JP모간의 인수 제안은 물거품이 됐다.
JP모간의 다음 사냥감은 지역은행이 될 것으로 외신들은 점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JP모간이 애틀랜타 소재의 선트러스트 같은 지역은행에 관심을 둘 수 있다고 예상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대형 은행 가운데 하나 인 JP모간이 신용위기에도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해, 소형 은행 포식자로 자주 거론돼 왔다고 전했다.
UBS의 글렌 스코 은행 전문 애널리스트는 "JP모간을 위한 시기가 무르익었다"며 "경쟁자들은 신용 문제로 타격을 입었고, 매물이 두둑한 인수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코 애널리스트는 "지금이 다이먼이 학수고대한 때"라고 덧붙였다.
◇시총 2위·자산규모 3위 한계 극복할까
기업을 키우는데 인수·합병(M&A)만큼 가까운 지름길은 없다.
현재 JP모간의 성적표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1580억5000만달러)에 이어 미국 2위(1430억6000만달러)이고, 자산 규모 기준으로는 씨티그룹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에 이어 3위다.
전문가들은 JP모간이 연말까지 씨티의 자산 규모 1조9000억달러를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위에 올라서는 데 걸림돌은 BOA.
다만 JP모간의 부채비율(블룸버그통신 집계 34.3%)이 씨티그룹(47.6%)과 BOA(40.1%)에 비해 낮아, 레버리지를 일으켜 부실 금융사 사냥에 나선다면 자산 규모로도 BOA를 추월하는 데 충분히 승산이 있다.
◇스승과 제자의 옛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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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2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청년 다이먼은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등 유수한 투자은행의 입사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신용카드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사장으로 일하고 있던 웨일 전 회장은 동료의 아들인 다이먼에게 `재미`를 약속하고 그를 투자은행보다 낮은 보수에 개인비서로 채용했다.
그 이후 다이먼은 웨일 전 회장이 그린 M&A 청사진을 수행하는 손과 발이 됐다. 웨일 전 회장 밑에서 다이먼은 커머셜 크레디트, 프라이메리카, 살로먼브러더스, 트래블러스 등의 인수에 참여했다.
다이먼이 웨일 전 회장과 이별하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M&A 행진이 막바지에 다다른 씨티그룹 시절이었다. 합병 직후 내부 권력다툼이 심화된 가운데 웨일 전회장과 다이먼의 사이도 벌어졌다.
재미있는 점은 웨일 전 회장이 다이먼을 내치고 후계자로 삼은 찰스 프린스 전 씨티그룹 CEO가 씨티의 합병 역사를 `슬픈 이야기`로 만든 주역이 됐다는 점이다.
반면 다이먼은 웨일 전 회장에게 받은 M&A 수업을 착실히 실천해, JP모간을 100년 만에 다시 월가 최고 은행으로 부활시키는 주역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