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들으면 펄쩍 뛸 소리다. 가장 미국적인 기업들을 외국계 회사로 분류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한국 스프린트 넥스텔`에 가입한 `스웨덴제 모토로라`로 통화를 하며 `프랑스제 포드`를 모는 삶을 허무맹랑한 상상이라 치부해버릴 수는 없을 듯 하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증시 폭락으로 시장가치가 추락한 포드와 모토로라, 할리 데이비슨, 야후, 스프린트 넥스텔 등 미국 대기업들이 기업 합병인수(M&A)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2. 현실 최근 중국 2위 생명보험사인 핑안 보험의 발표는 중국 증시 투자자들을 깜짝 놀라게했다. M&A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중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220억달러 가량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핑안보험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액수의 세 배가 넘는 금액이자 중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된 페트로 차이나의 상장 규모를 두 배 이상 앞서는 것이었다.
당장 220억달러의 사용처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HSBC의 스티븐 선 아태 지역 주식 스트래티지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국내에서는 한두개 중간 규모의 은행 외에는 (핑안이) 사들일 만한 업체가 없다"고 진단했다.
초상은행의 두안 운페이 머니마켓 애널리스트는 로이터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핑안이 어떤 종류의 M&A를 시도하기에 이만한 자금을 모으려 하는 지 알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자연스럽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자산가치가 줄어든 서구 금융사들이 물망에 오를 것이라는 쪽으로 모였다.
◇전세계 M&A의 절반 이상이 `美기업 사냥`
미국 기업들이 국제 M&A 시장의 인기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급매물` 딱지를 붙인 채 시장에 나오는 업체가 늘어났다. 달러화가 약세를 거듭, 외국 자본의 구매력이 커진 것도 이유다.
리서치 전문업체인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2007년 해외 투자자들이 사들인 미국 자산의 가치는 사상 최대치인 4140억달러에 달한다. 전년보다 90% 폭증한 수치이자 지난 10년 평균의 두 배를 넘는 것이다.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열풍은 올해 들어서도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월 둘째 주까지 외국 자본이 사들인 미국 기업은 226억달러. 전세계 전체 M&A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외국 자본이 사들인 자산의 종류 또한 부동산과 금융, 철강, 에너지 관련 기업에서부터 유아용 식품 제조업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포드·모토로라 등 美대기업 주가 `반토막`…떨이 시장 형성
미국 자산이 M&A 시장의 최고 인기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값이 싼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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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품`이기 때문이다.
WSJ은 지난 수 개월 동안 상당 수의 미국 기업이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팔려나갔다고 보도했다.
미국 2위 자동차 업체인 포드는 미국 시장의 15% 이상을 점유하고, 매출이 1600억달러를 넘는 거대 기업이다. 그러나 연이은 손실과 막대한 부채로 인해 시가총액은 120억달러를 겨우 넘는 수준. 현재 포드의 주가는 2년전 이 회사가 파산 루머에 시달릴 당시보다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WSJ은 이 때문에 카를로스 곤 닛산-르노 회장이 자신의 포트폴리오 목록에 포드를 올려놓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시장 확대를 노리는 폭스바겐도 포드에 관심을 보일 수 있는 업체로 꼽혔다.
모토로라 또한 주가가 지난 1년여 동안 40% 주저앉았고, 시가총액은 30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니 에릭슨의 모회사인 일본 소니와 스웨덴 에릭슨은 이 정도 가격을 감당할 만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주가가 어느새 반토막난 할리 데이비슨은 또다른 오토바이 제조업체 혼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미국 3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스트린트 넥스텔은 이미 지난해 SK텔레콤(017670)으로부터 인수 제의를 받은 바 있다. 스트린트 넥스텔의 주가는 지난해 70% 폭락했다.
◇매물도 매수세력도 넘쳐난다..사우디·日 등도 가세
매물이 많은 만큼 매수세도 활발하다. 220억달러 조달 계획을 밝힌 중국 핑안 보험 외에 사우디아라비아도 60억달러의 국부펀드를 설립해 `오일달러 공습` 채비를 갖추고 있다.
씨티그룹이 등이 주도한 `슈퍼펀드` 계획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일본 3대 은행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 미즈호 파이낸셜, 스미토모미쓰이 파이낸셜 등도 최근 1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동원해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고 있는 미국 및 유럽계 은행에 투자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들 아시아 및 중동 금융권들은 확보한 `실탄`을 일반 기업보다 주로 금융권 지분을 인수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 밝히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美금융자본 공략기회 아직 있다..추가 부실·`모노라인` 등 악재 산적
씨티그룹이 싱가포르투자청과 쿠웨이트투자청, 아부다비투자청 등으로 부터 230억달러 규모를, 메릴린치가 한국투자공사(KIC)와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 쿠웨이트 투자청, 싱가포르 테마섹 등으로부터 130억달러 규모를 유치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손실 규모가 아직까지도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점차 불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투자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분석이다.
당초 서브프라임 손실 규모는 1078억달러로 추정됐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하더라도 전세계 24대 은행 1565억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연체율이 급증하고, 2차, 3차 부실이 터지면서 현재 서브프라임 손실 추정치는 4000억달러로 늘어났다. 아시아와 중동 금융권의 입장에서 본다면 여전히 2500억달러 가량의 투자 기회가 남아있는 셈이다.
채권 보증업체, 일명 `모노라인`들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당할 위기에 놓인 것도 `사는 쪽`에서는 호재다.
최근 메릴린치가 신용등급이 정크본드(투자부적격 등급) 수준으로 강등당한 채권 보증사 ACA 캐피털이 보증을 선 채권 30여억 달러어치를 상각 처리했다. 이처럼 `모노라인`의 신용등급 하락은 월가의 손실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HSBC의 스티브 선 스트래티지스트는 "미국과 유럽의 금융사들이 현재 부진을 거듭하고 있어 핑안과 같은 중국업체들이 이들 회사를 사들일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공산당·테러리스트들이 美은행 사도 괜찮다..우리가 절박하니까"
해외 자본의 미국 공략이 활발해지면서 미국에서는 벌써부터 자국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외국 자본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1980년대 일본이 미국 자산 인수에 열을 올렸던 당시에 불거졌던 극단적인 애국주의가 재현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팔려는 쪽(미국)에서는 좋은 물건을 싼 값에 내놓을 수 밖에 없고, 사려는 쪽(해외자본)은 현금이 두둑한 상황에서 `바이 아메리카` 열풍이 쉽게 사그러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NYT도 "미국이 경기후퇴(recession) 국면에 접어들고, 달러 가치가 약세를 거듭한다면 미국 자산의 헐값 매각 추세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이자 입담 좋은 시장 애널리스트로 유명한 짐 크래머는 최근 자신이 진행하는 CNBC의 `매드 머니(Mad Money)`에서 이같은 말을 남겼다.
"(미국 금융사들의 지분을 인수한 중국과 중동 국부펀드를 빚대) 공산주의자들과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의 은행을 소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그 누구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우리는 절박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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