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그만 해라”
얼토당토 않는 말을 들었을 때 흔히 하는 말이다. 내년 벼농사에 쓸 볍씨를 귀신이 까먹는다니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씨나락을 귀신이 몰래 까먹는 소리는 농부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한다. 농부가 허기진 배를 움켜쥐면서도 벼의 종자(씨)를 고이 모셔두는 것은 씨나락이 가족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씨나락이 없어서 볍씨를 뿌릴 수 없다면 집앞의 문전옥답도 황무지나 다름없는 불임의 땅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불임을 치료하는 한약으로 씨가 요긴하게 쓰여 왔다. "오자연종환"이라는 약이 있다. 동의보감은 ‘부부중 남자에게 문제가 있어서 아기를 가지지 못할 때 쓰는 약이다’라고 적고 있다.
오자연종환의 구성은 특이하게 모두 5가지 식물의 씨로만 구성돼 있다. 구기자 토사자 복분자 차전자 오미자 등 우리 귀에 익숙한 약재다. 5가지 약재는 술이나 차로 만들어 시중에 많이 팔리고 있다.
이중 복분자는 요즘 들어 가장 각광을 받고 있다. 복분자의 유래는 정력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알 만큼 유명해졌다. 복분자는 요강에 오줌을 누면 요강이 뒤집어질 만큼 남자의 정력을 강화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동의보감은 복분자를 먹으면 남자의 음경을 길고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모든 남자의 희망사항을 들어주는 사랑의 묘약인 셈이다. 그래서 남자의 신기(腎氣)를 강화하여 음위증(발기부전증)에 특효가 있다. 뿐만 아니라 간을 튼튼하게 해서 눈을 밝게 하며 몸을 가볍게 하며 머리카락이 희어지지 않게 하는 작용도 있다.
구기자는 정력을 강하게 하여 성기능이 쇠퇴하는 것을 방지한다. 조루가 있거나 정액이 저절로 흘러나갈 때 구기자를 먹으면 좋다. 동의보감은 특히 구기자가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얼굴색을 희게 만들며 오래 복용하면 명을 길게 한다고 하고 있다. 구기자는 성질이 부드러워 위에 부담을 많이 주지 않기 때문에 장기 복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장년층이 오래 복용할 경우 생리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 노화방지에 도움이 된다.
오미자는 정력증강에 효능이 있다고 해서 예로부터 자양강장제로서 널리 쓰여 왔다. 오미자라는 이름은 달고 시고 맵고 쓰고 짠 맛 등 5가지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액은 물론 땀을 많이 흘리거나 소변 등을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물질이 많을 때 이것을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한다.
차전자(車前子)는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눈을 밝게 한다. 그래서 전립선이 두꺼워 지거나 염증이 생겨 소변이 잘 안 나올 경우 차전자를 먹으면 좋다. 토사자는 정액이 저절로 흘러나오거나 오줌줄기가 바로 앞에 똑똑 떨어지는 것을 낫게 한다. 화장실에서 옆사람의 오줌발소리에 지레 기가 죽는 사람에게 좋은 효과가 있다.
종자(씨)의 역할은 증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증시가 활력을 찾고 있으나 증시주변에서 외국인 빼고는 즐겁다는 소리가 별로 들리지 않는다. 요즘 증시가 외국인들의 잔치로 끝나고 있는 것은 소액 개인투자자들이 씨나락, 즉 종자돈이 없기 때문이다. 증시가 활황기를 보일 때 한 두 종목에 올인 했다가 씨나락인 종자돈을 대부분 까먹었기 때문이다.
농부의 씨나락처럼 투자자에게 종자돈은 내일을 대비하는 미래다. 밑천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다음 기회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증시를 불임의 땅으로 남겨 두지 않으려면 우리 투자자들의 고질적 병폐인 올인 버릇을 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적립식펀드는 종자돈을 꾸준히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닐까 한다.
(이해룡 예지당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