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코스닥위원회가
한국디지탈(32600)라인(KDL)의 퇴출을 최종 결정함에 따라 사적화의를 통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려던 KDL의 꿈은 결국 무산됐다.
KDL은 이번 결정에 따라 이의신청 절차와 정리매매기간을 거쳐 내달중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000년 11월 코스닥 시장에 일대 찬물을 끼얹은 "정현준 사건"의 주인공인 KDL은 원래 95년 "웹인터내셔널"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인터넷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 업체다. 98년 인터넷 전반의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한국디지탈라인으로 회사명을 바꿨고 주로 기업이나 정부부처 등의 홈페이지를 구축, 유지·보수해주며 실적을 올려가던 벤처기업이었다.
회사를 설립한 지 2년만인 지난 97년 5월 코스닥 등록에 성공해 주목을 받기도 했던 "잘나가던 벤처기업"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99년. 당시 M&A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정현준씨가 99년초 이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면서부터다.
96년말 선배로부터 빌린 3000만원으로 M&A회사를 설립, 불과 3년여만에 수백억원대로 재산을 불리며 M&A의 귀재로 통하던 정현준씨는 98년 8월 KDL의 M&A중개를 맡았다가 여의치 않자 99년 1월 당시 웹인터내셔널 윤석민 사장으로부터 회사지분 30.89%를 싼값에 인수했다.
이후 KDL 주가는 코스닥 활황을 등에 업고 최고 4만6000원(액면가 500원)까지 치솟아 정현준씨는 떼돈을 벌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잘나가는 코스닥 기업이었던 KDL은 정씨가 99년 5월 대신신용금고를, 10월 태평양그룹으로부터 동방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해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졸지에 지주회사로 떠올랐고 정씨의 무모한 전횡이 이어지면서 부실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정씨는 당시만 해도 특별한 발행제한이 없던 사모전환사채(CB)를 99년 10여차례나 시장가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발행, 많은 투자자금을 끌어들였고 이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자금이 필요해지자 이경자 동방신용금고 부회장 등의 지원아래 금고 돈을 불법으로 끌어다쓰기 시작했다.
정씨는 돈줄이 말라오자 2000년 8월경 KDL, 디지탈임팩트, 평창정보통신 등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3개 회사를 하나로 묶어 지주회사를 설립, 주가를 띄워보려했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 사태 해결능력을 잃고 말았다.
KDL은 정현준 사건 직후인 지난해 10월 거래정지 후 관리종목으로 편입됐고 부도 후 영업활동이 정지됐다.
당초 지난해 3월말 퇴출 예정이었던 KDL은 8월로 자구안 제출시한이 한 차례 연기됐고 지난해 7월 김용석 현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김사장 체체의 KDL은 자구방안 제출시한을 몇일 앞두고 사적화의라는 초유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부도어음 14000억원중 97% 가량의 채권자들로부터 사적화의 동의서를 받아낸 것이다.
이 때부터 코스닥위원회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적화의를 놓고 등록 취소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코스닥위원회는 지난해 8월 사적회의의 이행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퇴출 유예결정을 내린 뒤 10월 구체적인 5가지 자구계획 절차이행 조건과 시한을 못박아 조건부 등록유지 판정을 내렸다.
예정된 자구계획중 하나라도 지키지 못하면 퇴출시키겠다는 방안이었다. 이행 조건은 ▲자구절차의 구체적 이행여부 공시 ▲1차 유상증자 31억원 납입 ▲금융기관 채권액 319억원 출자전환 ▲개인투자자 채권액 850억원의 출자전환 연내 완료 ▲2001년 감사보고서상 자본전액잠식 탈피 등이었다.
KDL은 코스닥위원회가 내건 이행 조건과 시한을 순차적으로 이행해 나갔다. 1, 2차 유상증자(출자전환)을 시한내 완료했고, 회사경영에 필요한 최소 신규자금의 유입을 위해 50억원의 유상증자도 끝마쳤다.
그런데 마지막 단계인 개인채권자의 출자전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12월 17일 이사회에서 632억원 규모의 개인채권단 출자전환을 결의했지만 법원으로부터 출자전환안에 대해 인가를 받은 것은 지난 4일이다.
이사회 결의일을 감안하면 납입을 완료할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법원이 추가자료를 요구하는 바람에 KDL의 출자전환이 지난해를 넘긴 올해초에야 성사된 것이다. 이에 따라 코스닥위원회는 구랍인 지난 31일 KDL의 매매거래를 정지시키고 9일 퇴출여부를 심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KDL은 퇴출이 유력시됐다. 시한을 넘긴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법률적 해석상 논란의 소지가 발생했다.
상법상으론 이사회 결의시점을 출자전환의 시기로 인정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KDL은 개인채권단의 출자전환 기한을 약속대로 지킨 것이 된다.
그러나 이같은 해석은 상장 및 등록법인이 상법 뿐 아니라 증권거래법을 동시에 준수해야 한다는 것과 정면 충돌한다. 납입시점을 출자전환 완료시기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해석을 적용할 경우 KDL은 퇴출이다.
이에 따라 코스닥위원회는 심층적인 법률적 검토를 위해 KDL의 퇴출 여부에 대한 결정을 한차례 유보했고, 결국 현물출자전환의 완료는 납입 후 등기를 마쳐 주주로써 효력이 발생한 시점이라고 결론을 짓고 23일 최종 퇴출 결정을 내렸다.
KDL은 이번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기회를 부여받았고, 앞으로 법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뒤집어질 확률은 희박해 보인다. 정현준 게이트 이후 부도→퇴출 유예→조건부 등록유지→퇴출 유보→퇴출이라는 과정을 밟아온 KDL의 긴여정이 끝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