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살려야 돼…” 수색 중 사망한 해병대 母, 결국 실신

  • 등록 2023-07-23 오후 6:04:58

    수정 2023-07-24 오후 2:55:37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지난 22일 국립 대전 현충원에 안장됐다. 아들을 끔찍이 여겼던 채 상병의 어머니는 아들의 마지막 길에 끝내 실신하고 말았다.

고(故) 채수근 상병의 안장식이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 가운데 동료들이 채 상병을 추모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날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는 채 상병의 영결식이 열린 가운데 채 상병을 추모하는 이들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해병대 동기인 진승현 일병은 추도사에서 “중대에 하나밖에 없는 동기를 다시 볼 수 없다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며 “모든 일에 앞장서던 너는 내가 봤던 그 누구보다 진정한 군인이었다. 부디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채 상병의 어머니는 진 일병 추도사가 끝난 뒤 등을 토닥이며 한참을 울었다. 결국 억누르던 감정을 터트린 채 상병의 어머니는 헌화가 이어지던 와중 “우리 아들 살려야 돼”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쓰러지고 말았다.

채 상병의 주검은 이날 화장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이날 해병대 공식 페이스북에는 채 상병의 부모가 관심을 가져 준 모든 이들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자필로 쓴 편지가 공개됐다.

채 상병 부모가 해병대 공식 SNS를 통해 올린 편지. (사진=SNS 캡처)
채 상병 부모는 “삼가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전 국민의 관심과 위로 덕분에 장례를 잘 치를 수 있었다. 진심 어린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잊지 않고 가슴 깊이 간직하겠다”고 적었다.

이어 “유가족을 다독여주신 귀한 말씀들을 기억하며 어떻게든 힘을 내서 살아가 보겠다”면서 “특히 신속하게 보국훈장 추서해주셔서 수근이가 국가유공자로서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도록 조치해주신 보훈 관계당국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우리 아이 수근이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해주신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님을 비롯한 장병 여러분들과 유가족 심리 치유를 지원해주신 119대원, 해병대 출신 전우회 등 장례를 무사히 치를 수 있게 도와주신 수많은 관계자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라고 거듭 인사를 전했다.

아울러 이러한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채 상병 부모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수근이가 사랑했던 해병대에서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같이 비통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반 규정과 수칙 등 근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주시기를 기대한다”며 “또 안전한 임무 수행 환경과 장비들을 갖추는 등 강고한 대책을 마련해서 ‘역시 해병대는 다르다’라는 걸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절하게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편지 말미 “정말 원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수근이가 이 자리에 같이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는 심정 뿐”이라며 애끓는 마음으로 안타까움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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