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부담, 목까지 차올라…가계부채 비율 주요국 중 5위
한국은행은 24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가계 및 기업 레버리지 수준 평가 및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에 대해 논의했다. 한은은 6월과 12월엔 금융안정보고서를 발간해 국회에 제출하고 있고 3월, 9월엔 금통위에서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가계신용) 비율은 3월말 104.9%로 명목 GDP 상위 30개국 중 다섯 번째로 높을 뿐 아니라 30개국 평균치(63.2%)보다 훨씬 큰 상황이다.
임계수준을 초과하는 차주들의 비중은 DSR 기준으로 2017년 6.4~6.5%에서 소폭 감소, 올 1분기 6.3%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LTI 기준으론 같은 기간 4.3~4.6%에서 6.6%로 상승했다.
임계수준을 초과한 차주 비중은 소득이 낮고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았다. 저소득층(소득하위 30%)의 DSR 임계수준은 35.3%인데 임계수준을 초과하는 차주의 비중이 14.3%로 중소득층(8.5%), 고소득층(4.1%) 대비 높았다. 저소득층은 원리금 상환액이 전체 소득의 35%만 넘더라도 빚을 갚으려면 소비를 줄여야 하는 임계수준에 다다르지만 고소득층(소득상위 30%)은 49.7%로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절반 가까이가 되더라도 소비를 줄여 빚을 갚을 상황에 놓이지는 않는다.
20·30대의 경우 DSR 기준으로 임계수준을 넘은 차주의 비중은 9.0%에 달했다. 40대(5.6%), 50대(5.4%), 60·70대(4.4%)에 비해 임계수준을 넘은 차주 비중이 높은 편이다. 20·30대의 DSR 임계수준은 41.6%로 60·70대의 임계수준 49.0%보다 낮다.
이들은 어쩌다 이렇게 빚이 늘어났을까. 한은은 부동산 매입 등을 위한 자금 조달을 이유로 꼽았다. 임계수준을 초과하는 차주들의 올 1분기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은 DSR 기준 62.6%, LTI 기준 65.2%로 임계수준 이하 차주의 부동산담보대출 비중(41.5%, 40.0%)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임계수준 초과 차주들이 빚을 갚기 위해 소비를 줄이지 않을 정도로 빚을 축소하려면 약 36조~72조원을 갚아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체 가계부채의 2.0~4.0% 수준이다.
기업의 부채도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이다. GDP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3월말 111.2%로 주요국(평균 103.3%) 중 10번째로 높았다. 한은이 2011~2020년 국내 외부감사 대상 기업 2만2688개사를 대상으로 추정한 결과 투자를 제약할 정도의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은 264.2%로 추정되는데 현재 기업 부문의 평균 부채비율은 91.0%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임계수준을 초과하는 기업의 비중(자본잠식 포함)도 30.2%, 6863개로 2013년(39.9%)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기업의 금융기관 차입금 비중은 27.9%(223조2000억원)로 역시 2014년(36.5%) 이후 하락세다.
다만 자산이나 매출액이 작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를 제약할 정도로 빚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산이 150억원, 매출이 100억원 미만인 1분위 기업 중 임계수준을 초과하는 비중은 기업 수 기준으로 49% 안팎이나 4분위 기업(자산 600억원, 매출 500억원 이상)은 10%중후반대에 불과했다.
한은은 “가계, 기업 레버리지 비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주요국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며 “가계의 경우 저소득 및 청년층, 기업의 경우 자산 및 매출이 작은 업체들이 과다 채무로 인해 소비, 투자에 제약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