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모인 미래창조과학부, 산업부, 국토부 간 역할에 엇박자가 나고 있다. 지난 25일 열렸던 ‘오픈톡 릴레이’ 행사 얘기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전문가들은 각 부처에서 제 역할을 지키고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토론회에 참석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올해 이행 계획을 보면 각 부처에서 욕심을 내는 것 같다.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며 “접점 부분은 중첩되는게 허용되지만 이외에는 각 부처의 영역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까지만 해도 산업부에서는 핵심부품개발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국토부는 법제도 개선과 도로 인프라에 기반한 기술을 개발하고, 미래부는 IT인프라 기반 서비스와 보안에 중점을 두겠다는 큰틀을 유지하고 세부계획을 맞춰왔다”면서 “역할을 명확히 한 상태에서 선을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스마트자동차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지난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가 모여 스마트자동차 추진단을 만들었다.
특히 정부 부처간 협업이 이뤄지는 최초의 사례인 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갈수록 줄어드는 국가 R&D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겠다는 의미도 담겼다.
미래부는 올해 스마트카 관련 R&D를 위해 ‘자율주행 SW’ 등 총 7개 과제에 66억원 투자 예정이고, 미래성장동력 실천계획 등에서 제시된 중점 추진 과제를 우선적으로 예산 반영할 예정이다. 중점추진 분야는 ① SW·통신보안 기반 기술 및 서비스 기술 ② 스마트자동차 실증 인프라 확충 ③ 클라우드·빅데이터 기반 자율주행 인공지능 핵심기술 선행개발 등이다.
산업부 8대 핵심부품인 ①레이다(라이다) ②영상기반 ③V2X 통신모듈 ④디지털 맵 ⑤복합측위모듈 ⑥운전자모니터링 ⑦운전자수용성 HVI ⑧ADR 등을 개발한다.
국토부는 오는 2020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오는 7월까지 대전~세종 간 차세대 ITS(C-ITS) 시범서비스를 개시하고, 도로 인프라 관리 등을 위한 통합 운영센터 및 실험도시(K-City) 구축할 예정이다. 차량내 설치한 단말기를 활용해 차량끼리 통신하고 위험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도 만든다. 국토부는 고속도로 시험운행 구간에 C-ITS를 구축하기 위해 5년간 총 275억원을 투자한다.
그런데 세부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중첩되는 부분이 있어 예산이 낭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날 전문가들은 일부 ICT 통신 부분과 디지털 인프라 맵 부분, SW 컨텐츠 분야에서 중첩된 부분이 있다면서 추진단에서 조율 해달라고 당부했다.
선우명호 스마트카추진단 단장은 “정부계획대로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 세계 3대 강국으로 가려면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면서 “각 부처에서 중복투자가 되면 안되기 때문에 정보를 공유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네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스마트자동차는 2020년 8000대에서 2035년까지 9540만대가 판매되면서 연평균 85%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BMW, 벤츠 등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테슬라, ICT기업인 구글과 애플까지 스마트자동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자칫하면 산업 육성도 안되고 글로벌 플레이어들에게 문만 열어주는 꼴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높았다. 이에 제품을 만들었을 때 구매층이 누구인지를 먼저 정하고 단계별 콘셉트를 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선우 단장은 “각 부처와 기업들이 기술 개발시 고객층을 먼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돈 쓰면서 기술 개발하고 이후 고객을 찾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기업에서는 정부가 민간영역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전문가는 “국토부에서 지도를 만들고 있는데 민간업체가 쓸수 있을 만한 제품이라면 모를까 지도를 만들어 배포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얘기다. 아직 주파수 문제도 해결이 안됐지 않나”라며 “정부가 정책을 만들면 기업은 투자를 할수 밖에 없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투자개발할수 있게 정책을 만들고 검증체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