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통신]국방부에 걸린 운보 그림이 총 맞은 사연

[당신은 모르는 군생활에 대한 모든 것]
육·해·공군 등 전군에서 보관중인 미술품, 3390여점에 달해
친일 행적 논란 운보 김기창 작품 국방부 청사 로비에 걸려
12.12 군사 쿠데타 때 총격전에 휘말려 총탄에 훼손되기도
  • 등록 2015-04-11 오전 8:00:00

    수정 2015-04-11 오전 8:00:00

국방부 청사 1층 로비에 걸려 있는 운보 김기창 화백의 그림 ‘적영’. [사진=국방부]
[이데일리 최선 기자] 서울 용산구 소재 국방부 신청사 1층. 현관을 들어서면 정면으로 그림 한점이 보인다. 운보 김기창(1913~2001) 화백의 작품 ‘적영(敵影·적의 그림자)’이다. 이 그림은 베트남 파병 당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알려진 638 고지전을 화폭에 담았다. 은밀하게 적진에 침투하는 우리 군 부대원들의 매섭고 긴장한 눈빛이 생생하다. 긴박했던 전투 상황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 명작이다.

이 그림에는 얽힌 이야기들이 많다. 베트남 전쟁 당시 전투 장면을 그린 이 그림은 실제로 총탄을 맞은 적이 있다.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 등이 일으킨 군사 쿠데타에 동참, 국방부를 습격한 1공수여단 부대원들이 쏜 총탄에 그림이 훼손됐다. 당시 총탄은 그림 속 국군 병사의 눈을 관통했다. 군은 나중에 훼손된 부분을 복원했다.

적영을 둘러싼 이야기는 이뿐 만이 아니다.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이후인 2001년 팜 반 짜 당시 베트남 국방부 장관 방한한 당시 국방부는 고민에 빠졌다. 베트남 국방부 장관이 이 그림의 배경을 알게 되면 불편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고민 끝에 작품 배경을 설명한 동판의 음영을 흐릿하게 만들어 잘 보이지 않게 만들어 위기(?)를 넘겼다다.

그림 적영을 설명한 동판. 음영이 흐릿해 내용을 제대로 읽기 어렵다. [사진=최선 기자]
‘적영’이 국방부 청사 1층에 걸려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적영’을 그린 김기창 화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가이지만 친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따르면 24살 때인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서 최고상을 받은 운보는 27살때 선전 추천작가가 됐다. 이어 이후로 광복 전까지 일본 군국주의에 동조하는 작품활동을 벌였다. 독도를 침탈하려는 일본을 배제해야 할 국방부가 청사 로비 정면에 친일 화가의 작품을 내건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12·12쿠데타 당시 총탄을 맞은 작품은 적영 외에 또 있다. 박항섭 화백이 그린 ‘대동강을 건너는 평양 피난민’이라는 그림도 총탄에 맞은 경험이 있다.

국방부 구청사 1층 엘리베이터 근처에 걸려 있던 이 작품은 쿠데타군과 청사 수비 병력간에 벌어진 총격전에 휘말려 관통상을 입었다. 현재 이 그림은 국방부 근무지원단 지하 1층에 걸려 있다.

군은 사실 국내에서 몇 손가락에 들어가는 ‘예술품 소장가’다. 국방부에 따르면 군 소유 미술작품은 3390여점에 달한다. 육군이 1840여점, 해군이 670여점, 공군이 880여점을 갖고 있다.

미술관에서 흔히 접하는 풍경이나 인물화 등은 드물다. 전투 장면이나 피난민의 모습 등 전쟁과 관련한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 많다.출처는 역사적 상징성 감안, 정부가 구입해 군에 전달했거나 외부인사들에게 기증받은 작품들이다. 한국화, 서양화, 서예, 조각, 판화, 도자기, 공예품 등 종류는 다양하다.

안타깝게도 군이 소유한 작품들 중 상당수는 보관 상태가 좋지 않은 편이다. 최근까지는 각군이 보유하고 있는 작품에 대한 현황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군이 전문가에 의뢰해 일부 작품을 복원하고 있는 게 그나마 애호가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소식이다.

군은 지난해 2월 창군이래 처음 ‘군 소유 미술품 관리지침’을 제정해 미술품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각군 홈페이지에 군 소유 미술품 목록을 게재하도록 하는 등 본격적인 관리에 착수했다. 다만 군은 보유 미술품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일반인들이 관람하기는 쉽지 않다.

박항섭 화백의 그림 ‘대동강을 건너는 평양 피난민’ [사진=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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