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표한 ‘금융규제 개혁방안’ 등에 대한 후속 조치로 다음 달 4일부터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 중 중 일부 안건이 시행된다.
이제까지 판매사의 계열사가 발행한 사채권이나 자산유동화증권, 기업어음증권 등 고위험 채무증권 중 투자적격등급을 받지 못한 상품을 권유하면 불건전 영업행위로 규정됐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계열사뿐만 아니라 판매사(증권사)가 발행한 고위험 채권 역시 투자 적격등급을 받아야만 판매할 수 있다.
이 안은 금융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11월 4일 공지됐고 3개월 후인 다음 달 4일부터 효력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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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중 퇴직연금 사업자 등 법인용 ELB를 제외하고 개인 투자자를 위한 ELB는 모두 등급 평가를 통해 투자 적격 등급 이상을 받아야 판매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 관계자는 “최근 기대수익률(쿠폰)도 하락하고 있는데 신용평가사에 수수료 지급까지 하게 될 경우,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잘 되는 상품이 나왔는데 태클을 거는 격”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하면 원금을 99.9% 보장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내놓는 방법밖에 없다”며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 하에 말도 안 되는 제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현재 ELB에 적용되는 증권사의 기업신용평가(Issuer Rating) 등급과 앞으로 받아야 하는 개별 ELB 상품 등급이 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ELB는 자산의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해 원금을 보호하고 극히 일부분만 코스피200나 HSCEI 등 고지한 기초자산에 투자, 수익률을 만드는 상품이다. 증권사가 원금을 보호할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한데, 이는 이미 기업의 신용평가에 반영돼 있는 것.
실제로 현재 외부 판매(펀드)를 위해 등급을 받은 ELB의 평가서를 보면 대다수 ‘기업 신용등급에 준하는 신용등급’을 근거로 개별 상품의 등급을 매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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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이 거세자 지난 21일 금투협은 신평사가 참관한 가운데 증권사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매월 말께 평가를 한 후, 한 달간의 발행물에 동등한 등급을 적용하는 ‘일괄평가제’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미 은행이나 카드, 캐피탈 등의 업체에 적용되고 있어 법적 근거도 있다는 평가다.
또 증권사들은 사모ELB와 관련해서도 월별 혹은 분기별 한 번의 일괄평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도 시행 열흘도 남기지 않고 이렇다 할 방향이 잡히지 않은 만큼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협회가 업계의 의견을 취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투협은 지난해 11월 4일 ‘금융투자업규정 일부 개정규정안’ 공고가 나온 뒤 두 달이 지난 이번 달 각 증권사 파생상품 관계자에게 이를 알렸다. 이어 지난 16일 증권사에 ‘금융투자업규정 개정 관련 회의자료’라는 이름의 메일을 보냈고 세칙에 대한 항의가 이어지자 지난 21일 뒤늦게 의견 청취에 나섰다.
금투협 측은 “일괄평가제 등 업계와 논의한 안을 금융감독원과 논의 중”이라며 “제도 시행 전에 확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모ELB와 관련해서는 이달 중 한 번 더 증권사와 모임을 갖기로 해 다음 달 시행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