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금융시장에 넘치는 유동성이 정작 시중에는 돌지 않는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예대금리를 크게 하락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판촉해야 하지만, 저축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필요성은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금리가 7월보다 0.24%포인트 낮은 3.19%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 4월(0.38%포인트) 이후 가장 큰 내림폭이다. 대출금리는 0.23%포인트 내린 5.22%를 기록해 통계를 작성한 1996년 이후 가장 낮았다. 내림폭 역시 2009년 2월(0.34%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문소상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차장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대출 수요는 줄었지만, 금융기관의 유동성은 풍부하다. 예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작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계대출금리가 0.30%포인트 하락하며 처음으로 4%대로 진입했다. 은행들이 우량 대출 고객들의 발길을 끌기 위해 저금리 신용대출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문 차장은 “경찰 공무원 등 신용위험이 낮은 고객집단과 단체계약을 하는 대신 대출금리를 더 낮게 해주는 등 은행들이 대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집단대출도 0.49%포인트 떨어지며 4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내림폭을 기록했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길어지며 집값 하락분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비은행금융기관인 상호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대출금리는 각각 0.12%포인트, 0.03%포인트씩 상승했다. 문 차장은 “저신용·저소득 대출상품인 ‘햇살론’ 수요가 많아지면서 상승한 것으로 추세적인 변화로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