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브라질에서 임신 22주 이후 낙태를 하면 살인죄와 동일시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브라질 하원에서 상정돼 수천 명의 브라질 여성들이 거리 시위에 나섰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임신중절 성폭행 피해자가 성폭행범보다 더 높은 형량을 받을 수 있다.
| ‘22주 이후 낙태 불법화’ 반대 시위에 나선 브라질 시민들.(사진=AP연합뉴스) |
|
15일(현지시간) 브라질 매체 G1 등은 브라질 주요 여성 인권 단체와 시민들이 이날 상파울루 도심 한복판 파울리스타 대로에서 낙태 불법화 반대 거리 시위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소녀는 엄마가 아니다”, “강간범은 아빠가 아니다”라는 글귀를 적은 피켓을 들고 형법 등 개정안에 대한 폐기를 의회에 요구했다.
브라질 하원은 지난 13일 자유당 소속 소스테네스 카바우칸체 의원이 발의한 ‘낙태 불법화’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상정했다. 개정안대로라면 임신 22주 이후 낙태는 살인 범죄로 분류된다.
현지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개정안은 성폭행 피해자가 피해를 입은 뒤 22주가 지난 상황에서 임신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하더라도, 낙태는 불법으로 간주해 성폭행범보다 더 높은 형량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가톨릭 신자와 복음주의 계열 개신교 신자 비율이 높은 브라질은 태아 생명권에 극히 보수적인 성향의 종교적 교리 영향으로 낙태를 엄격하게 제한해 왔지만, 성폭행에 의한 임신·태아 기형· 임신부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 등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를 찾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역시 “제정신이 아닌” 법안이라고 맹비난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한편 하원은 현재 온·오프라인에서의 반발 분위기를 고려해 관련 논의를 중단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