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역마진 구조 완화세…3분기 흑자 전환할듯

8월 1㎾h당 16.9원 마진 남겨
적정 마진 20원엔 못 미쳤으나,
모처럼 분기 흑자 전환 가능성
47조 누적 적자 해소는 ‘난망’
  • 등록 2023-10-15 오후 7:12:38

    수정 2023-10-15 오후 7:12:38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국내 전기 공급을 도맡은 공기업 한국전력(015760)공사(이하 한전)가 원가 이하에 전기를 판매하는 역마진 구조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다만, 여전히 송·배전망 투자 등에 필요한 적정 마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어 지난 2년 반 동안 쌓인 47조원의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다.

한전이 지난 13일 공개한 올 8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한전은 8월 한 달간 발전(發電)사들로부터 1킬로와트시(㎾h)당 149.1원에 전기를 사 와서 166.0원에 기업·가정 등에 공급했다. 1㎾h당 16.9원의 차익(마진)을 남긴 것이다.

한전은 재작년 말 국제유가 상승과 함께 유연탄·가스 등 발전 연료비가 껑충 뛰면서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전기를 판매하는 역마진 상황이 이어져 왔다. 이 여파로 재작년 5조9000억원, 지난해 32조6000억원이란 역대 최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8조5000억원의 적자가 쌓이며 해소해야 할 누적 적자 47조원에 이르렀다.

한전은 그동안 역마진 상황을 완화하고자 정부 승인 아래 전기요금을 누적 40.4원(약 39.6%) 올렸지만, 2~3배씩 뛴 원가 상승분을 만회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국제유가와 국제 천연가스 시세가 안정한 것이 국내 도입 단가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역마진 상황이 해소되고 있다. 전기요금을 마지막으로 올린 5월 판매단가(138.8원)가 구입단가(132.4원)를 6.4원 넘어선 것을 시작으로 8월까지 4개월 연속으로 마진을 남기는 흐름이 이어졌다.

특히 냉방 수요가 몰리는 8월은 전기 판매량이 급증하는 만큼 8월의 마진 폭 확대는 최악의 재무 위기 상황에 놓인 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올 8월 전기 판매량이 5만434기가와트시(GWh)였던 만큼 단순 계산상으론 약 8500억원의 마진을 남긴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업계는 이 추세라면 한전이 3분기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의 한전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5812억원이다. 흑자 전환에 성공한다면 한전은 지난 2021년 1분기 이후 10개분기만에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달 25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전사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을 결의하고 있다. (사진=한전)
다만, 한전의 정상화까지는 오랜 기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전기를 원가 이하에 파는 역마진 구조는 해소됐다고는 하지만 전력 안정 공급을 위한 송·배전시설 투자비 등을 충당하기엔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전은 정상적인 설비 투자를 하면서도 흑자 구조를 유지하려면 원가 마진이 1㎾h당 20원은 돼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더욱이 한전의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려면 2년 반 동안 쌓인 누적적자 47조원을 해소해야 한다. 한전의 총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 사상 최대인 201조원에 이르렀다. 하루 이자비용만 70억원, 월간 2000억원에 이른다.

한전이 5년간(2022~2026년) 전력 그룹사를 포함해 25조7000억원의 비용 절감 계획을 추진하는 동시에 정부에 요금 추가 인상 필요성을 호소하는 이유다. 정부 역시 요금 인상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민생 부담을 우려해 한전의 자구노력이 우선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다는 점도 한전의 불안 요인이다. 국제유가(두바이유)는 지난해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올 5월 70달러대까지 내렸으나 7월 이후 오르기 시작해 현재 90달러대까지 올랐다.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발전 연료인 석탄·가스 국내 도입 가격도 다시 오를 전망이다. 더욱이 이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발발하며 유가 상승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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