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8일 관계부처 협의를 갖고 롯데그룹이 추진해온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에 대해 `실현 가능한 대안을 놓고 관계 기관간 적극 검토`키로 했다. 그동안 불가 방침을 고수해온 공군과 국방부가 제2롯데월드 신축을 허용키로 동의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방부의 입장 선회에 대해 경제논리를 앞세워 안보논리가 후퇴했다는 비판이 제기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제2롯데월드가 허용됨에 따라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무엇보다 새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분위기와 이번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이 맞물리면서 잠실 일대 집값이 급등, 시장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軍 '절대 반대'에서 '신축 동의' 입장선회
지난해 7월 국무 조정실 행정조정위원회는 논란 끝에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허가에 대해 불가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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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행정조정위원회에선 `555m 높이로 지어도 주변 서울공항에 이·착륙하는 비행기의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는 서울시 및 롯데그룹 쪽과 `비행기 안전 확보를 위해 높이를 203m로 제한해야 한다`는 공군과 국방부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었다.
참여정부는 공군의 손을 들어주면서 잠실 제2롯데월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었다.
하지만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던 군 당국이 입장을 바꿔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을 위해 다각적으로 검토에 착수한 데는 지난 4월 28일 청와대에서 재계 총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투자활성화 민관합동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발언이 계기가 됐다.
당시 이상희 국방장관이 "제2롯데월드가 건설되면 외국 귀빈을 태운 대형 항공기가 서울공항을 이용할 때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하자, 이 대통령은 "1년에 한두 번 오는 귀빈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을 이용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제2롯데월드 건립을 허용키로 입장을 정리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서울공항에 이착륙하는 비행기의 안전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공군과 국방부는 그동안 '제2 롯데월드'와 같은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서울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의 계기비행 접근보호 구역(고도 203m)에 들어가 항공기가 건물에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서울공항으로 착륙하는 항공기가 기상악화로 육안 조종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면 조종사가 각종 계기판에 의존, 계기비행을 해야 하는데 자칫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서울공항으로 착륙하는 항공기의 경우 '제2 롯데월드' 부지 지상으로부터 불과 279m 상공을 비행할 수밖에 없어 위험성이 더욱 크다는 게 공군측의 설명이다. 롯데그룹은 이에 대해 '제2 롯데월드' 부지가 비행안전구역 바깥쪽에 있기 때문에 군용항공기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반박해왔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서울공항의 기존 활주로 방향(각도)를 변경하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새로운 활주로를 건설할 때보다 공사비가 더 들어간다는 게 군 안팎의 시각이다. 또 헬기를 제외한 항공기를 다른 기지에 분산 배치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정찰기, 수송기 등을 다른 기지에 배치할 경우 격납고와 각종 지원시설 등을 새로 짓는 등 막대한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
결국 특정 기업 사업을 위해 막대한 국고가 지원되는 것 자체가 특혜 등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롯데그룹이 군 시설 이전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롯데그룹측은 `이·착륙 항로만 약간 조정하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게 미국 연방항공청과 국내 전문기관의 의견이며, 안전과 무관한 비용을 기업 입장에서 부담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112층 잠실 제2롯데월드의 상징성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시절부터 서울에 초고층 빌딩을 지을 필요성을 강조해왔고 이런 이유로 제2롯데월드를 건립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롯데그룹 역시 높이 555m, 지상 112층 규모의 제2롯데월드가 한국형 랜드마크로 초고층 빌딩을 보기 위해 연간 1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할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서울에는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이 2곳 이상 건립되고 1곳은 추진 중이여서 잠실 제2롯데월드의 초고층 상징성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이미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에는 최고 620m, 150층 안팎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랜드마크 빌딩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버즈두바이 빌딩(830m, 160층), 러시아 모스크바 타워오브러시아(높이 649m, 건립추진) 등에 이어 세게 3위를 기록, 잠실 제2롯데월드 보다 상징성에서 앞선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밖에 상암동 DMC에 들어설 랜드마크 빌딩(580m, 130층)도 사업자를 선정해 착공에 들어간 상태이고, 뚝섬 서울 포리스트 워터프론트 타워(지상 110층), 송도 인천타워(610m, 151층)도 건립이 추진 중이다.
◇ 제2롯데월드 주변 집값 불안요인
제2롯데월드 건립이 주변 집값 불안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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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새 정부 출범 후 재건축 규제완화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결정에 따라 주변 아파트 가격도 술렁 거릴 가능성이 높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작년 초 제2롯데월드 허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불과 한 달새 주변 집값이 1억원이상 폭등했었다"라며 "정부가 사실상 허용키로 방향을 선회함에 따라 잠실주공 5단지, 장미아파트 등 주변 아파트 가격이 다시 들썩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