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UAE가 달러 대신 유로화에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힌데 이어 13일에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가세하며 `오일 머니`의 위력으로 미국을 압박해들어가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은 잇따라 달러화 자산을 유로화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해외 투자자금 회수 방침까지 밝히고 있다.
◇달러비중 축소·투자자금 환수·결제통화 변경 반발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는 미국의 태도를 `차별`이라고 규정하면서 석유, 유틸리티 등에 투자한 해외자금을 회수할 것이라고 맞섰다.
하마드 사우드 알-사이와리 사우디 아라비아 중앙은행 총재는 "미국의 태도는 보호주의인가 아니면 차별인가"라고 되물으면서 "미국 기업은 어떤 곳이건 살 수 있지만 다른 나라 기업이 미국 기업을 사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UAE 중앙은행 총재인 술탄 빈 나세르 알 수와이디도 12일 기자들과 만나 UAE 외환보유고의 10%를 달러화 자산에서 유로화 자산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UAE의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말 기준 230억달러로, 종전 유로화 투자 비중을 5%로 책정해 왔다.
수와이디 총재는 "미국의 태도는 국제교역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은 향후 투자결정 과정에서 이같은 미국의 태도를 감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미국과 UAE간의 갈등으로 인해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일정이 연기됐다.
하마드 총재는 외환보유고를 어디에 투자하는지에 대해 자세한 언급은 피했지만 "우리는 유로, 엔, 이머징 마켓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해 달러화 자산에 투자하지 않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이외에 시리아 국영은행인 시리아 상업은행의 두라이드 더햄 은행장은 대외 거래 자금을 미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중동-동남아시아 담당 부서장인 스티브 브리스는 "(중동 산유국의 달러화 자산 처분이라는 소식을 감안할 때) 현재 시장심리는 미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쏠려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