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판 IRA' 초안에 배터리업계 일단 '안도'…"파장 예의주시"

역내외 차별 조항 없어…원자재 의존도 65% 미만 핵심
中 견제에 장기적 수혜 기대…공급망 감사 조항은 부담
업계 "IRA 시행으로 대응 여력 충분, 세부안 살펴봐야"
  • 등록 2023-03-17 오전 10:57:14

    수정 2023-03-17 오전 10:57:14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유럽연합(EU)이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을 발표하자 국내 배터리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미 예측했던 수준으로, 대응 가능한 범위의 내용이 담겼다는 점에서다. 다만, 향후 세부 이행 방안 발표가 남은 만큼 여전히 긴장 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CRMA 초안에서 2030년까지 제3국산 전략적 원자재 의존도를 역내 전체 소비량의 65%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2030년까지 EU 원자재 소비량의 10% 역내 채굴, 40% 가공, 15% 재활용을 목표로 회원국이 오염물질 수집·재활용 관련 조치를 마련할 것을 규정한다는 게 골자다.

전기자동차 모터의 필수 부품으로 꼽히는 영구자석 재활용 비율 및 재활용 가능 역량에 관한 정보 공개 요건도 포함됐다. 직접적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의무화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영구자석의 비율과 함께 이를 분리해 재활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세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주목된다.

초안에는 500명 이상, 연간 매출 1억5000만유로(약 2100억원) 이상인 역내 대기업에 대해서는 공급망 감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현재 국내 주요 배터리 3사 모두 유럽에 생산시설을 건립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SK온과 삼성SDI는 헝가리에 각각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CRMA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날 구체적인 정보 공개 의무조항 비율 등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게 이 같은 내용은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업계 주력 제품인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수산화리튬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지난해 90%에 달했다. 코발트(산화코발트·수산화코발트)의 대중 수입 비중도 72.8%에 달한다.

다만 이번 법안 취지가 중국을 견제하고 역내 조달·생산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것이 핵심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IRA로 중국을 견제한 덕에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 잇달아 공장을 짓고 보조금 수혜를 보게 된 것처럼 유럽 시장에서 중국에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초안에는 공급망 감시와 폐배터리 재활용 내용 정도가 포함됐고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지만, 나온다고 해도 IRA처럼 파급력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며 “이 정도 수준은 이미 예측했었고 미국의 IRA 시행 이후 이미 공급망 다변화 대응 여력을 갖춘 상태여서 큰 부담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세부 이행 방안이 추가로 나와봐야 구체적인 대응책 수립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이날 나온 초안에 역내외 기업을 차별하는 조항이 없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해당 법안은 EU 집행위원회 초안인 만큼 향후 유럽의회·각료이사회 협의를 거쳐야 해 입법 과정에 1~2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내 업체들은 이를 ‘골든타임’으로 보고 공급망 다변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미국과 호주, 칠레 등으로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잇따라 공급망 관리 법안을 내놓는 만큼 현재로선 이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찾으며 대응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3’ 전시회에서 한 관람객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전시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LG에너지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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