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걸고 입 닫았던 유동규…이재명에 기대 저버렸나

檢압색에 휴대폰 던지고 극단적 선택…구속 자초
‘내 사람 아니다’는 이재명에 인간적 실망 느꼈나
대장동·백현동 사업 과정 훤해…발언마다 파괴력
이재명 대장동 사업 ‘위법성 인지’여부 밝힐 키맨
  • 등록 2022-10-23 오후 6:56:54

    수정 2022-10-23 오후 8:59:55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으로 지목되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 수사에 협력하기로 하면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묻기 위해 희생까지 감수했던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에게 실망감을 느끼고 입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구속 기한 만료로 출소한 유 전 본부장은 최근 법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세계에는 의리 그런 게 없더라” “그냥 법을 믿고 행동하기로 마음 먹었다”며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단 뜻을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 검찰이 주거지 압수수색에 나서자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고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 법원은 이를 감안한 듯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유 전 본부장을 1년 구속했다.

문제의 휴대전화에는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의 수차례 통화 내역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과 이 대표와의 관계를 놓고 의혹이 증폭되자 당시 대권주자였던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은 측근 그룹에 끼지 못한다”며 측근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자격요건이 부족한데도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임명됐고,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캠프에 참여한 뒤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임명되는 등 이 대표 밑에서 승진가도를 걸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유비가 장비를 모른다고 하는 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고(故)김문기 공사 개발 1처장이 대장동 의혹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해 파장이 일었다. 당시 김 처장은 언론과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회사에서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지금은 아무도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며 억울한 심정을 호소했다.

각계는 또다시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의 관계에 주목했지만, 이 대표는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며 관계를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 결과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은 2009년부터 인연을 맺어왔고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10차례에 걸쳐 대면보고까지 한 것으로 파악했다.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에게 실망하고 등을 돌린 주요한 계기가 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대목이다.

대장동 사업 속속들이 아는 실무자…‘사업 위법성’ 이재명도 알았을까

유 전 본부장이 ‘작심 진술’을 예고하면서 검찰과 정치권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전부터 대장동 의혹의 ‘키맨’으로 꼽혀온 데다 백현동 사업에도 깊이 관여한 실무자로서 당시 상황을 훤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간 뒤에서 이 대표를 보좌해온 만큼 이 대표가 감추고 싶은 사정을 상당수 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과정에서는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관건은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못했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다. 그동안 이 대표는 이 의혹에 대해 ‘아랫선의 일탈’이라고 선 그어왔지만, 당시 윗선과 아랫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던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와 위법적인 배당이익 관련해 사전에 모의한 사실을 증언하면 이 대표는 ‘성남시에 알고도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 혐의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서울중앙지검 출신 변호사는 “당초 이만한 규모의 범죄를 아랫선 인물들이 윗선 몰래 저질렀다는 해명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웠다”며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이 대표의 대장동 사업 위법성 인지 및 묵인 여부는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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