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적 브리트니"…美화장품 레브론, 파산보호 신청

90년 역사 레브론, '브리트니 향수' 등 보유
"공급망 탓 위기…부채 해결 급선무"
SNS 활용 트렌디 브랜드에 뒤처져 지적도
FT "리한나 등 셀럽 브랜드와도 경쟁해야"
  • 등록 2022-06-17 오전 11:01:30

    수정 2022-06-17 오전 11:01:30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화장품 기업 레브론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공급망 차질 등 외부 변수와 함께 요즘 화장품 시장의 경쟁력인 ‘셀러브리티와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유행 선도’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AFP)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레브론은 전날 미 연방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서를 뉴욕 파산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챕터 11은 기업의 채무이행을 일시 중지시키고 자산매각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절차다. 한국의 법정관리와 유사하다.

법원의 허가가 나면 레브론은 경영권을 보유하면서 구조조정을 추진하게 해주는 기존관리인유지(DIP) 금융을 통해 5억7500만달러(약 7400억원)를 지원받게 된다. 지난주 이 회사의 파산설이 제기되면서, 레브론 주가는 주당 4달러선에서 1달러대로 곤두박질쳤다. 파산보호 신청 보도 후엔 소폭 상승해 2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레브론은 1932년 찰스 레브슨과 그의 형제인 조피프, 래크먼이 만든 기업이다. 현재는 데브라 페렐만 레브론 최고경영자(CEO)의 아버지이자 억만장자인 론 페렐만이 최대주주로 있다. 레브론은 자체 브랜드 외에도 엘리자베스 아덴, 알메이, 큐텍스 등 브랜드와 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향수 브랜드 등을 보유하고 있다.

레브론 측은 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에 따른 금융시장 환경 악화 등 외부 변수에 의해 회사 재정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데브라 페렐만 레브론 CEO는 “우리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다. 사람들은 우리 브랜드를 사랑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부채 문제 등만 해결되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레브론은 다시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레브론의 위기가 공급망 차질과 금융환경 불확실성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화장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점도 파산보호 신청까지 이르게 한 이유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데이터의 리아 네오피투 선임 애널리스트는 “레브론은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저렴한 가격대의 화장품 판매에 주력하는 레브론은 최근 뷰티 시장 장악력의 핵심인 SNS 틱톡을 잘 활용하고 있는 더 트랜디한 브랜드들과의 경쟁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레브론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18년 이래로 하락 추세다.

FT는 “레브론은 팝 가수 리한나의 펜티 뷰티, 모델 카일리 제너가 지원하는 카일리 코스메틱스 같은 브랜드와 장기적인 경쟁에도 직면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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