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의 2022년 임원인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융복합 신기술’을 위한 ‘엘리트’ ‘해외파’의 등용으로 볼 수 있다. 4대 산업혁명에 걸맞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선 공채 출신 우대·성과에 따른 보상 등 기존의 관례로는 어림없다는 그룹 총수들의 위기감이 배어 있다는 분석이다. 3040 세대의 ‘실력자’들을 대거 임원으로 전진 배치시켜 이들을 최소 향후 수십년간 회사를 먹여 살릴 소위 앙트레프레너(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로 키우겠다는 복안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족한 경험·급격한 세대교체에 따른 부작용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들이 첫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 향후 주요 그룹의 인사방향이 재정립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 ‘부족한 경험’ 우려
대표적 융복합·엘리트·해외파로 꼽히는 ‘3040세대’ 임원 중에선 김찬우 삼성전자 부사장과 신정은 LG전자 상무(※1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젊은 천재들을 조기 소환했다’ 기사 참조)와 함께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꿰찬 박성범(37) 삼성전자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 SOC설계팀 상무와 이재서(40) SK하이닉스 전략기획담당 부사장이 눈에 띈다는 평가다.
물론 급변하는 세대교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경험이 부족한 3040세대에 ‘전권’을 주다 보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콘텐츠를 기대하고 중용한 해외파 공학도 출신 임원이 수십년간 현장을 파헤치며 전문가로 발돋움한 직원보다 더 나은 퍼포먼스를 낼지는 미지수란 게 일부 전문가의 분석이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경험에는 학위가 없다. ‘공학도’ ‘해외파’ 등은 필요조건일 수 있지만, 충분조건일 수는 없다”며 “기업은 학교가 아니다. 자칫하면 허상을 짚을 수 있다. 연륜은 돈으로 못 산다. 사회가 MZ세대, 젊은 친구들의 빠른 승진을 요구하고 있고 또 맹신하고 있지만, 내가 볼 땐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했다.
‘낀 세대’ 불만도 문제
일각에선 586과 MZ세대에 낀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X세대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문제로 본다. 3040세대의 등장에 이제야 ‘주류’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하루아침에 산산 조각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성과에 따른 보상’이란 평가 체제를 믿고 열심히 일해왔던 기존 중간층(40대 후반, 50대 초반)에 있는 직원들로선 이번 인사가 생경하기도 하고, 위협적이기도 할 것”이라며 “진입 장벽 자체가 사라졌을 땐 내부 불만 등으로 인한 조직 내 문제가 불거질 공산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