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말고 ‘지공다스’ 주세요…와인에 취한 유통가

롯데마트·이마트, 와인 최대 70% 할인
신세계百 최근 와인판매량 전년比 16%↑
"저도주 인기에 와인 시장 성장할 것"
  • 등록 2017-10-29 오후 2:24:34

    수정 2017-10-29 오후 2:24:34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직장인 권능(29) 씨는 애주가다. 퇴근 후에는 포장마차를 찾아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게 낙이었다. 그런 그가 최근 주종을 바꿨다. ‘소주파’에서 ‘와인파’로 전향한 이유는 얼마 전 아내가 사온 아르헨티나산 와인을 맛보고서다. 맛도 좋았지만 ‘가성비’에 끌렸다. 롯데마트에서 산 와인 2병 가격은 3만6000원. 권씨는 “와인은 비싸서 접하기 어려운 술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동네 마트에서도 질 좋은 와인을 싸게 살 수 있더라. 지금은 소주만큼 친근한 술이 됐다”고 전했다.

대형마트 와인 할인 프로모션 봇물

유통업계가 와인에 빠졌다. 달콤하면서 낮은 도수의 술을 찾는 젊은 소비자가 주류업계 ‘큰 손’으로 부상하면서, 와인 판매대로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한 각종 프로모션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주류시장 대세인 소주와 맥주의 인기가 여전하지만 유통업계는 와인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한다.

29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다음 달 5일까지 전국 35개 점포에서 약 600종의 와인을 선보이는 ‘가을 프리미엄 와인 장터’를 연다. 장터라는 이름을 내건 만큼 와인의 종류를 대폭 늘렸다. 와인을 처음 접하는 일반 고객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저가와인부터, 세계 대회에서 수상한 와인 등이 매대에 오른다.

고급 와인의 대명사인 5대 샤또.(사진=이마트)
대표 상품은 ‘칠레 알마비바’(9만9000원), ‘프랑스 그랑크리클라세샤또 까망삭’(4만5000원), ‘샤토 피숑롱그릴바롱’(15만9000원), ‘사시까이야’(19만9000원) 등이다. 아르헨티나의 우수 와인너리 상품도 단독 출시한다. ‘핀카라스 모라스 배럴 셀렉트 말백·쉬라’ 2종을 2만5000원에 선보이며, 2병 구매 시 각 1만8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이마트도 29일까지 가을 와인장터를 열고 다양한 와인을 최대 70% 까지 할인 판매한다. 일반 와인부터 희귀 와인까지 총 900여 종을 마련했다. 이마트는 행사 6개월 전부터 주력상품을 선정하고 물량계획을 세우는 등 사전기획으로 와인 가격을 낮췄다.

대표 상품으로는 ‘이기갈 지공다스 12’(3만5000원), ‘나파 셀라 샤르도네’(3만2000원) 등이 있다. 고급 와인의 대명사인 5대 샤또 전 품목을 선보인다. 명용진 이마트 와인 바이어는 “주요 와인산지의 기상 악조건으로 와인시세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철저한 사전기획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와인장터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며 “향후에도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발굴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데일리 와인 ‘빈야드’ 시리즈로 호주, 칠레에 이어 이번에는 이탈리아 모스카토 스푸만테를 5900원에 판매한다. 올 하반기 각종 연말모임 덕에 와인 소비가 증가할 것을 예상해 이 같은 ‘신상 와인’을 준비했다고 홈플러스 측은 설명했다.

커지는 와인 시장…‘저가·저용량’이 대세

신세계백화점 본점 와인하우스 (사진=신세계백화점)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량은 3만7383톤으로 전년 대비 1.52% 증가했다. 올해 1~9월까지 와인수입량은 약 1억4876만 달러(약 1682억원) 수준으로 예년보다 5% 이상 성장했다. 업계가 추산하는 국내 와인시장 규모는 6000억원 수준이다. 저가 와인이 인기를 끌면서 주류시장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의 최근 한 달여(9월1일~10월25일) 간 와인 상품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9% 신장했다. ‘코노수르 리제르바 에스페샬 카베르네소비뇽’(1만9000원) 등 저가와인이 인기를 끈 결과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실용성을 앞세운 소용량 와인과 5만원대 미만의 저가와인이 마트에서 판매되면서 ‘와인은 비싸고 어려운 술’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며 “향후 1인가구를 위한 하프보틀 및 휴대용 와인 등 차별화 상품이 다양하게 출시된다면 와인이 유통업계 핵심 상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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